한국GM이 올해 확보한 전기차 ‘볼트EV’ 물량의 재고 소진에 나서고 있다.

롯데렌터카가 최근 볼트EV를 대상으로 파격적 신차 장기렌트 프로모션을 내걸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볼트EV 대란’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는데 한국GM이 사실상 볼트EV를 우회해 할인판매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국GM, 롯데렌터카와 전기차 '볼트EV' 우회 할인판매로 재고소진

▲ 볼트EV.


22일 롯데렌터카 딜러가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을 살펴보면 볼트EV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 만에 최소 500대 넘게 발주된 것으로 추정된다.

볼트EV의 8월과 9월 두달치 판매량을 합한 것보다 많다. 볼트EV는 8월에 212대, 9월에 179대 팔렸다. 

볼트EV가 비슷한 가격대의 현대자동차 코나EV나 기아자동차의 니로EV와 비교해 성능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파격적 프로모션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렌터카의 프로모션을 통해 볼트EV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일반 대리점에서 구매했을 때보다 최소 600만 원가량 구매비용을 아낀 것으로 추정된다.  

볼트EV LT디럭스 모델을 기준으로 보증금 20%를 미리 내면 월 34만8천 원으로 3년 동안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단 연간 주행거리는 3만km로 제한된다. 

장기렌트가 끝난 뒤 인수비용 1482만 원을 내고 볼트EV를 살 수도 있다. 인수까지 드는 비용은 모두 2703만 원으로 일반적으로 대리점에서 전기차 보조금 1500만 원을 지원받아 볼트EV를 구매할 때와 비교하면 490만 원가량 저렴하다. 월 렌탈료에 보험료와 세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이 비용도 추가로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롯데렌터카는 물량 소진을 이유로 당초 11월29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프로모션을 시작한 지 닷새 째인 21일 중단했다. 

이 때문에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볼트EV 대란'에 탑승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담은 내용의 게시물들이 다수 눈에 띈다. 

한국GM이 우회적 방법으로 재고물량 떨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신차 장기렌트로 다른 전기차를 구매할 때보다 볼트EV 인도가 월등하게 빠른 것은 한국GM의 협력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렌트카회사는 소비자와 신차 장기렌트 계약을 맺은 뒤 완성차 기업에 발주를 넣는다. 롯데렌터카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코나EV 등 다른 전기차 인도에는 짧게는 2개월, 길게는 4개월까지 걸린다.  

하지만 롯데렌터카는 볼트EV 장기렌트를 신청한 고객들에게 11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를 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신청일을 프로모션 마지막 날인 21일로 넉넉하게 잡아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인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프로모션과 회사가 관련됐는지는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의 예상과 달리 올해 볼트EV가 저조한 판매실적을 거두면서 재고물량이 만만치 않게 쌓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GM은 볼트EV 전용 서비스센터를 확충하고 50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 등 구매혜택을 강화했는데도 볼트EV 판매는 좀처럼 반등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르면 올해 말 GM본사가 상품성을 개선한 2020년형 볼트EV를 내놓을 가능성이 큰 만큼 재고소진이 다급했을 수 있다. 신차가 출시되면 기존 차량의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GM의 2020년형 볼트EV는 1회 충전으로 416km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현재 한국GM이 판매하는 볼트EV는 1회 충전으로 383km를 달릴 수 있다.

볼트EV는 지난해 온라인 사전계약을 시작한지 3시간 만에 도입물량 5천여 대 계약을 마치고 모두 4700대가량 팔리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판매실적은 저조하다.

한국GM은 올해에도 볼트EV가 기존의 높은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바라보고 7천 대가량을 확보했지만 올해 9월까지 볼트EV 판매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볼트EV는 올해 1~9월에 모두 2363대 팔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