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한남3구역’사업에서 ‘특화설계’라는 패를 왜 먼저 내보였을까?

17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경쟁사보다 재무구조가 취약하다고 공격받는 상황에서 차별화한 설계안을 강조해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오늘Who] 임병용,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GS건설 '정성'을 앞세우다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GS건설은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수주전 과정에서 경쟁사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는데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역량을 집중한 특화설계를 공개해 주택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쟁력을 과시하며 역공에 나선 셈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지는 서울 중심부에 뒤로는 남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한강을 바라보는 전형적 배산임수 지형에 위치해있어 입지,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상징성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국내 대표 건설사들의 자존심을 건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조금이라도 취약한 부분은 공격대상이 된다. GS건설 부채비율은 6월 말 기준 234%로 경쟁사 현대건설의 114%, 대림산업의 105%와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한국신용평가가 제시한 신용등급도 ‘A 안정적’으로 3개 업체 가운데 가장 낮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모두 신용등급 ‘AA- 안정적’을 받았다.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과 낮은 신용등급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GS건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금융비용은 조합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인데 부채비율이 높고 신용등급이 낮은 점은 조합원들에게 재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경쟁사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현재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조합원의 금융비용 관련 문제다.

대림산업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해 9월 말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모두 14조 원 규모의 금융조달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대출알선 등 조합원을 지원할 금융능력에 관한 적극적 신호를 보냈다.

현대건설은 17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시공사 입찰선정 가이드’에서 건설사 신용등급에 따른 조합원 대출금리 차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현대건설을 선택하면 조합원들은 세대당 3700만 원 이상의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홍보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도시정비사업에서 금융비용은 기본적으로 해당 현장의 사업성에 따라 달라진다”며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건설사의 부채비율과 신용등급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 사장은 설계안 공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GS건설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남자이더헤리티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해 준비한 설계안 일부를 공개했다.

조합에 공식적으로 입찰제안서가 제출되기도 전에 설계안이라는 핵심전략을 드러내는 일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GS건설은 2017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사업에서 처음으로 구체적 설계안을 일반에 공개했지만 그것도 입찰 마감 뒤에 이뤄진 일이었다. 

GS건설이 대규모 주택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임 사장은 2013년 6월 GS건설 대표이사에 오른 뒤부터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해왔다. GS건설은 해외사업에서 생긴 대규모 부실로 2013년 영업손실을 1조 원 가까이 보는 등 위기에 처해 있었다.

임 사장은 자이의 특화설계 등을 내세워 GS건설 주택사업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음과 동시에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GS건설은 16일 한남3구역 특화설계 공개 행사장에서도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설계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는 점을 내세웠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사업 수주전 이후부터 임 사장이 강조해온 ‘클린수주’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수주를 위해 과도한 영업전을 벌이기보다 주택 자체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의 홍보활동에 직접 나선 자리에서 조합원과 금품이 오고가선 안 된다며 주택사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클린수주 문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S건설 다른 관계자는 “설계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상품성을 극대화함은 물론 조합원들에게 수익 개선방안도 제안할 수 있다”며 “금융조건 등도 충분히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공사비만 2조 원에 이르는 대형 정비사업으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이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다. 18일 입찰마감을 앞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