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딜레마, 이재용체제에서 대규모 투자로 내부거래 늘어 부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월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뒤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고 있지만 정작 내부거래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서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면서 내부거래 증가는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 외부 매출을 늘리려는 적극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 지정된 이후에 삼성그룹 내부거래액이 증가하고 있어 삼성그룹 총수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부거래액은 2017년 24조 원에서 이 부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2018년 25조 원으로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7.6%에서 7.7%로 0.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17.08%를 보유하는 등 오너일가 지분이 31.16%로 많아 삼성그룹에서 유일하게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올라있는 삼성물산의 내부거래액과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삼성물산 내부거래액은 2017년 3조7684억 원에서 2018년 3조8465억 원으로 늘어났고 내부거래 비중은 18.43%에서 18.46%로 소폭 증가했다.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증가는 이 부회장이 평택 반도체공장 등에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주요 설비 투자의 시공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8년 180조 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국내에서만 130조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평택과 화성 사업장 신축·증설 공사 등을 진행하면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통해 올린 매출은 2017년 2조9934억 원에서 2018년 3조3541억 원으로 12% 늘어났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시설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삼성물산의 내부거래액이 줄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최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에도 13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려면 계열사 외부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 부회장이 최근 중동 등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삼성물산의 사업기회를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현지 실권자들을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5월 공정위로부터 처음 삼성그룹 총수로 지정됐다. 이후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인 2018년 5월 삼성그룹 등 10대 그룹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감 몰아주기 개선을 당부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거듭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대상인 삼성물산 외에 공정위가 주목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사각지대 회사 역시 내부거래가 증가했다. 

삼성생명,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그룹의 사익편취 사각지대 회사 11곳의 내부거래액은 2017년 2조658억 원에서 2018년 2조4350억 원으로 늘어났다. 내부거래 비중은 6.24%에서 7.23%로 높아졌다.

사각지대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와 규제대상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들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회사들도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된다.

공정위의 시선 밖에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향한 압력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이 부회장의 부담은 더욱 크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삼성그룹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삼성SDS가 물류사업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제기했다. 삼성SDS는 이 부회장이 지분 9.20%를 보유한 곳으로 최근 외부 매출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물류부문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더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