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넉넉지 않은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새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수년 동안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변화’와 ‘혁신’을 그룹의 새 이미지로 세우는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 '내실경영' 성과 토대로 인터넷은행에서 새 성장동력 찾아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15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컨소시엄’ 초기단계에 투자하기로 한 자금은 187억 원으로 토스뱅크 지분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12월에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으면 유상증자 방식으로 187억 원을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2차례에 나눠서 납입하기로 했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수년 동안 대대적 사업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해왔는데 어느 정도 일단락된 만큼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자기자본을 1조 원 규모로 불려야 정상적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랜드그룹이 토스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기로 한 만큼 토스뱅크의 안착을 위해선 1천억 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토스뱅크의 최종 자기자본 규모 목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추가로 더 자금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주주사들의 이해관계 속에 자기자본을 제때 늘리지 못해 자기자본(BIS)비율 악화와 영업중단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자금적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께 주주사로 참여하는 곳 역시 비바리퍼블리카와 KEB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 등 자금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곳들이다.

투자주체인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로 올해 8월 스포츠의류 브랜드 케이스위스(K·SWISS)를 중국기업에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160%대까지 끌어내렸다.

올해 목표치로 150%까지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이 2013년 400%에 육박했고 그 뒤 2016년까지 줄곧 300%를 웃돌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3년 만에 재무 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그룹 재무 건전성이 상당히 안정되고 있는 데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하기로 한 자금규모도 그룹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동안 다수의 브랜드 등 보유자산을 매각하면서 ‘자본력이 약한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던 만큼 이번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로 시장의 인식을 바꿀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물론 그룹 계열사 가운데 여전히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거나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계열사들이 상당수 있는 만큼 그룹 전체적으로 자금 측면에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제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와 윤성대 이랜드파크 대표이사, 김완식 이랜드이츠 대표이사 등 30대 젊은 CEO(최고경영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룹 전체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은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모바일 경쟁력이 낮은 곳으로 꼽힌다. 각 계열사별로 흩어져있던 멤버십서비스도 올해에서야 합쳐 300만여 명의 고객 정보를 통합관리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과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인터넷전문은행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구체적 협업모델도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사업성에 확신을 지니고 있다.

토스뱅크가 ‘소상공인을 겨냥한 특화은행’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랜드가 대리점주 및 협력사 등 많은 소상공인과 협력을 하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 등을 통해 소상공인을 겨냥한 금융서비스 및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올해 초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무신사도 토스뱅크의 예비인가 탈락 이후에 국민은행과 손잡고 중소상인 특화 대출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무신사는 이번 토스뱅크 컨소시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무신사에 입점한 판매업체들은 국민은행을 통해 판매대금을 앞당겨 지급받고 국민은행은 대출된 자금을 무신사를 통해 정산하는 구조다. 유통업체가 보유한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신용등급이나 담보·보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구조다.

이랜드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협력사 및 대리점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주주사로 참여한 만큼 구체적 사업계획은 아직 논의 단계”라며 “급변하는 온·오프라인 환경 속에서 혁신을 꾀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