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둘러싼 분쟁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설까?

14일 에너지업계와 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기술 관련된 분쟁을 소송이 아닌 대화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최태원,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배터리 분쟁 해결 위해 직접 나설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소송전을 끝까지 진행했다가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다면 SK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는 SK그룹으로서는 가장 피해야하는 시나리오”라며 “최 회장으로서는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과 직접적 접촉을 하는 등 구체적 움직임과 관련된 이야기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대화로 풀 수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한다는 태도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문제를 풀어가는 몇가지 시나리오도 나온다.

우선 정부가 두 회사 사이를 중재하는 방법이다. 이번 갈등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처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아닌 중국, 일본 등의 업체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익을 위해 두 회사 사이를 중재하려 들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중재에 나선다면 중국과 일본 정부가 반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정부가 민간의 일에 개입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부정적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중재를 두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 역시 높다. 실제로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수차례 두 회사 사이를 중재하려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다시 한 번 만나 전격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김 사장과 신 부회장이 이미 9월16일에 한차례 만났지만 서로 태도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것을 살피면 두 CEO가 다시 한 번 만나더라도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이 직접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

이번 분쟁은 단순히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라는 계열사 사이의 분쟁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분쟁이기 때문에 계열사 사장 사이에서 진행되는 대화만으론 문제를 풀기 어려울 수 있다.

최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우리가 자동차 기름을 팔던 것에서 벗어나 전기차 배터리를 팔 때가 됐다”라며 전기차 배터리사업과 관련된 의지를 보였다.

SK그룹은 16일부터 제주도에서 ‘2019 CEO 세미나’를 개최한다. 최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계열사 CEO들이 모이는 자리다. 

SK그룹은 이번 세미나의 주제를 현재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복 전략’으로 정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사회적 가치 추구의 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제주도 세미나는 공식적으로는 사회적 가치와 그룹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석유화학 사업외에 전기차배 터리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 추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의 최근 갈등상황도 어느 정도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