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이사가 SC제일은행을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주주로 영입할 가능성이 떠오르지만 토스뱅크 출범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아 보인다. 

SC제일은행이 주주로 추가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토스뱅크 지분이 은행법에 따라 제한된다는 점을 살피면 이 대표는 상환우선주 문제를 풀어내거나 새 주주를 추가로 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오늘Who] 이승건, SC제일은행을 영입해도 '토스뱅크' 갈 길 멀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11일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SC제일은행이 토스뱅크의 주주로 참여하더라도 지분율은 1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SC제일은행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이 10% 남짓한 토스뱅크 지분을 보유하게 되다면 이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주로 참여한 KB국민은행(10%), 우리은행(13.79%)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토스뱅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법은 은행이 다른 은행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뒤 지분을 늘리려는 은행을 자회사로 두도록 정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토스뱅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려면 토스뱅크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 자회사로 둬야 하는 셈이다. 

이 대표가 토스뱅크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 초 신한금융지주와도 결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SC제일은행이 토스뱅크 지분을 50% 이상 확보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SC제일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 이용층인 20~30대 고객 확보를 위해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나친 지분 확대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대표는 SC제일은행에 토스뱅크 지분 10%가량을 넘겨주는 것만으로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자본안정성을 문제로 토스뱅크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에 상환우선주를 발행하고 조달한 자금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환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투자자의 상환요청이 있으면 발행자가 이를 거부할 수 없어 금융회사의 회계기준에서 자본이 아닌 채무로 인식된다.

토스뱅크 설립방안을 살펴보면 토스뱅크의 주주구성에서 비바리퍼블리카(60.8%)와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9%), 굿워터캐피털(9%), 리빗캐피털(1.3%)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80.1%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은 비바리퍼블리카의 주요주주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토스뱅크는 사실상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상환우선주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SC제일은행이 보통주 형식으로 최대 14.99%의 토스뱅크 지분을 확보한다고 해도 여전히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보유한 상환우선주의 자금 비중이 65%에 이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대표로서는 결국 새 주주를 구하거나 상환우선주 문제를 풀어내야만 토스뱅크를 출범할 수 있는 것이다. 

핀테크업계의 한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을 주주로 영입한 것만으로는 토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 “토스뱅크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새 주주가 나타나거나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상환우선주의 상환 조건을 변경해 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비바리퍼블리카와 SC제일은행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청을 두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금융위원회는 10일부터 15일까지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있다.

5월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서 토스뱅크와 키움증권이 주도하는 '키움뱅크'가 모두 탈락하자 추가로 신청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