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그랜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로 준대형 세단으로서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기아자동차 ‘K7 프리미어’의 돌풍에 준대형 세단 최다 판매모델(베스트셀링카)의 자리를 잠시 내줬지만 ‘그랜저가 한 수 위’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고급화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그랜저 부분변경모델 더 고급화로 K7 프리미어와 차별화

▲ 현대자동차 '그랜저'.


8일 현대차에 따르면 6세대 그랜저인 ‘그랜저IG’의 부분변경모델이 11월 중순 이후에 출시된다.

형제기업인 기아차에서 내놓은 K7의 상품성 개선모델 K7 프리미어가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어낸 터라 그랜저의 부분변경모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신차를 보면 부분변경모델임에도 완전변경(풀체인지)급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새로운 그랜저의 상품성도 대폭 개선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그랜저의 고급화다.

현대차는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하면서 엔진 라인업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2019년형 그랜저는 △2.4 가솔린 △3.0 가솔린 △3.3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3.0 LPi 등 5종류다.

가장 큰 변화는 3.0 가솔린 모델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3.0 가솔린은 그랜저 가솔린 모델의 판매량 가운데 약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데도 이를 제외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K7 프리미어와 차별화하기 위해 3.0 가솔린을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시각이 떠오른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를 △2.5 가솔린 △3.0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2.2 디젤 △3.0 LPi 등 5종류 엔진 라인업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랜저가 K7 프리미어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3.0 가솔린을 과감히 제외하고 3.3 가솔린만 출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랜저는 K7 프리미어와 동일한 준대형 세단으로 분류되는데 같은 차급 안에서도 차별화를 하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3.3 가솔린 엔진이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 G90(터보엔진), 기아차의 플래그십(기함) 대형 세단 K9(터보엔진) 등 상위 차종들에 장착되는 차량이라는 점도 엔진 라인업 변화를 통한 그랜저의 고급화 추진이라는 시각에 힘을 더한다.

현대차는 그랜저의 고급화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2.4 가솔린 모델을 단종하는 대신 2.5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모델을 투입한다. 이 모델에 탑재되는 엔진은 K7 프리미어에 처음 장착된 것으로 포트분사(MPI)와 직접분사(GDI) 등 2가지 종류의 인젝터가 적용돼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의 차체도 키워 K7 프리미어보다 '한 계단' 위에 자리한 차량임을 명확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는 K7을 부분변경하면서 전장(차량 길이)을 기존보다 25mm 늘린 4995mm로 만들었다. 그랜저의 전장은 현재 4930mm인데 부분변경을 통해 K7 프리미어보다 더 큰 차체를 지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과거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를 메울 차급으로 시장에 내놓았던 준대형 세단 ‘아슬란’을 단종하면서 그랜저를 아슬란급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고려해도 그랜저의 차체 크기 변경이 부분변경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C필러(뒷좌석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공간에 위치한 차량 외관 기둥)의 디자인이 새롭게 변경됐다는 점도 차 길이의 변화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첨단 안전·편의사양은 K7 프리미어와 마찬가지로 대폭 기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차별화 요소가 존재한다.

신형 쏘나타나 팰리세이드 등 최신 현대차에만 적용되는 전자식 기어버튼이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에 장착된다. K7 프리미어는 부분변경 이전 모델과 동일한 스틱형 기어노브를 사용하고 있다.

조향장치 변경 기능이나 대화면 내비게이션의 기본장착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랜저 부분변경모델 출시가 임박하면서 양산을 앞두고 도로주행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테스트용 차량들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 그랜저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10월 판촉 프로그램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 10% 할인이라는 카드를 꺼내드는 등 출시 준비에 분주하다.

현대차는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의 사전계약을 이르면 11월 초부터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