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매장인 ‘세포라’가 한국 진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화장품 편집매장 구조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세포라와 정면대결을 예고했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화장품 매장 ‘아리따움’을 체험형 매장으로 바꿔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화장품 편집매장 공룡' 세포라가 온다, 서경배 정유경 대응 다급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4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뷰티 편집매장 세포라가 24일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매장을 여는 것을 두고 서 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대응에 시선이 몰린다.

세포라는 세계 34개국에서 2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매장이다.

체험형 화장품 편집매장의 원조다. 신세계백화점이 2016년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를 열었을 때 한국판 ‘세포라’로 불리기도 했다.

세포라는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코덕)이라면 해외여행을 갔을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화장품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 여성들 상당수는 이미 해외여행이나 직구를 통해 세포라를 알고 있다. 

따라서 세포라가 한국에서 매장을 확대한다면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기존 점유율을 잠식당하는 등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선임연구원은 “세포라는 대부분 직구로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자체 브랜드나 아워글래스와 같이 세포라를 대표하는 인기 브랜드를 주축으로 판매할 것”이라며 “세포라라는 브랜드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에서 충분히 초기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세포라와 전면전을 펼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9월30일 명동에 시코르 명동2호점을 냈는데 올해 12월 세포라 명동점이 들어서는 곳과 매우 근접해 있다. 국내 핵심 상권인 명동에서 세포라의 진격을 막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경배 회장은 고객의 경험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 기존 아리따움 매장을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은 기존 아리따움과 달리 다른 회사의 화장품 제품도 입점한 편집매장으로 메이크업 시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험요소를 강화한 놀이터와 같은 매장으로 세포라의 한국 진출에 선제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화장품 편집매장 공룡' 세포라가 온다, 서경배 정유경 대응 다급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아리따움을 편집매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긍정적 변화”라며 “올해 직영점을 중심으로 3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포라의 파급력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포라가 영향력을 확대하기에는 매장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세포라는 2020년 서울에 6개의 매장을, 2022년까지 14개의 매장을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세포라는 그동안 아시아시장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세포라는 1991년 일본 도쿄에 진출해 7개의 매장을 냈지만  일본 소비자들의 뷰티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2년 만에 일본사업을 접었다. 2008년 홍콩에도 진출했지만 현지 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포라는 국내 트렌드나 유통 노하우면에서 국내업체에 뒤처질 수 있다”라며 “K-뷰티 제품이 전체 상품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화장품 편집매장의 경쟁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