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삼성전자 스마트폰 아픈 손가락 중국, 고동진 새 판 짠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2017년 5월 삼성전자 갤럭시S8 출시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 스마트폰사업에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1% 이하로 떨어지자 반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나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스마트폰 직접생산을 중단하면서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중국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버금가는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지만 중국시장에서 화웨이, 오포, 비도 등 현지업체에 줄곧 밀려 온 만큼 ‘가성비’를 무기로 중국 소비자의 닫힌 마음을 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 사장은 중국시장의 저가 수요를 잡기 위해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통해 스마트폰 제품의 가격을 크게 낮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8년 11월 중국 최대 ODM 전문회사 윙테크와 손잡고 처음으로 갤럭시A6s를 ODM 방식으로 내놓았다. 7월에는 화친텔레콤과 파트너십을 맺어 ODM 확대를 예고했다.

고 사장은 8월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130달러 이하 제품을 삼성전자가 자체 생산하기는 어렵다”며 “우리 기준을 충족한다면 ODM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저가 제품으로 ODM 전략을 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 사장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직접생산을 중단하고 저가전략을 꺼내 든 의미는 적지 않다. 고 사장으로서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에서 내린 선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지난 2년 동안에도 중국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은 6~7%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경쟁력 있는 고가 제품 대신 저가 제품으로 중심을 옮기는 전략의 불확실성은 큰 것으로 여겨진다.

고 사장은 그동안 중국시장 점유율을 반등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 왔으나 효과가 없었다. 결국 올해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분기 잠깐 1.1%를 보였을 뿐 지난해부터 줄곧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2018년 12월 중국 텐진 스마트폰공장의 문을 닫았고 곧 삼성그룹의 첫 중국 내 생산기지였던 후이저우 공장을 폐쇄해 더 이상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않게 됐다.

중국시장은 고 사장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고 사장이 2015년 말 무선사업부장을 맡은 뒤 중국시장 점유율은 하염없는 내림세를 이어왔다.

2014년 13.8%의 점유율로 1위였던 삼성전자는 2015년 7.6%, 2016년 4.9%로 점유율이 하락했고 1위에서도 멀어졌다. 2017년 점유율은 2.1%까지 떨어졌고 2018년에는 0.8%로 점유율이 1% 아래로 내려오는 굴욕을 겪었다.

고 사장은 그동안 중국시장 점유율 반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판매망 정비와 대대적 조직개편, 총괄 임원인사, 소비자만족(CS) 활동 강화 등을 시도했다. 판매전략도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하기도 하고 중저가 제품군을 강화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고 사장의 어떤 노력도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고 사장은 2018년 3월 주주총회 때 “중국 점유율을 책임지고 회복하겠다”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올해 3월 주총에서는 “중국시장에서 2년 동안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갤럭시S10 시리즈의 반응이 좋고 갤럭시A 시리즈 반응도 좋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시장 점유율은 2019년 1분기 1.1%로 소폭 상승하다가 2분기 0.7%로 다시 주저앉았다. 결국 후이저우 공장은 2분기 순손실 486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고 6월 감원을 진행하며 폐쇄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