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지키기 위한 항명을 불사할까, 아니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수습에 들어갈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로에 섰다.
 
[오늘Who] 윤석열의 선택, 검찰 지키기 항명인가 검찰개혁 수습인가

윤석열 검찰총장.


대검찰청은 1일 “대통령 말씀에 따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 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인권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의 보도자료에는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선, 수평적 내부문화,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 외 특수부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내용은 표면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9월30일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지시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찰청의 대응을 항명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문 대통령 지시의 무게에 비해 대검찰청의 대응이 너무나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지을 수 없는데다 검찰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숙고하는 과정도 생락한 탓이다.

당장 여권 내부에서는 윤 검찰총장의 ‘응답’이 아닌 점을 놓고 불쾌한 뜻을 나타내는 움직임도 있다.

윤 총장은 검찰개혁에 저항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에 반기를 들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프레임에 갇혀가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을 윤 총장이 조 장관의 임명 전부터 “조 장관은 문제가 있다”며 “임명하면 내가 사표를 낼 것”이라는 뜻을 청와대에 전했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검찰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조 장관을 향한 검찰수사의 진정성을 놓고 의심의 눈은 늘어나고 있다.

조 장관을 향한 검찰수사는 검찰개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9월2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는 선출되지 않는 검찰 권력에 견제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민심이 폭넓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의 선택지는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먼저 조 장관 수사에 사활을 걸고 검찰을 보호하는 데 최일선에 서는 것이다. 이는 계속된 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고 결국 윤 총장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검찰에 충성한 총장’으로 검찰 내부에서 남을 수도 있다.

다른 선택은 검찰개혁을 수용하는 명분을 내세워 현 상황을 수습하는 길이다. 조 장관의 수사도 어느 선에서 매듭을 지을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 이 길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 반발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검찰은 곧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 살펴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