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미국 유통시장에서 '고급 아시안푸드'로 진검승부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20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여는 'PK마켓(가칭)'에서 고급 아시안푸드로 아마존이 운영하는 ‘홀푸드마켓’과 경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미국에서 PK마켓의 고급 아시안푸드로 이마트 진검승부 준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몽골과 베트남에서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선진시장인 미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이마트는 최근 몽골에서 현지 유통기업과 손잡고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몽골에서 이마트 3개 매장을 출점한 데 이어 베트남에서는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거두면서 기대했던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과 몽골은 한국과 비교해 유통산업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한국식 마트’로 공략할 수 있었지만 미국은 글로벌 유통기업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이마트는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3층 규모로 그로서란트매장인 PK마켓을 연다. 그로서란트매장은 식료품점과 음식점을 결합한 매장으로 슈퍼에서 직접 고른 재료로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정 부회장은 PK마켓에서 ‘프리미엄’을 앞세운 아시안푸드로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PK마켓 부지로부터 10분가량 떨어진 곳에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홀푸드마켓’이 있다. 이마트가 미국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홀푸드마켓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홀푸드마켓은 최근 수십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식품 트랜드를 이끈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홀푸드마켓이 천연식품과 유기농식품을 판매하는 고급 슈퍼마켓을 내세우고 있는 점도 정 부회장이 앞세운 고급화 전략과 비슷하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이 최근 아시안 푸드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의 식료품에 관심을 두고 있는 점은 정 부회장에게 긍정적이다.

임소현 대한무역진흥투자공사 무역관은 "요즘 미국 소비자들이 이국적 맛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식품을 소개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본다"며 "깔끔하고 건강한 이미지와 함께 서양식 식사에 접목할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한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정 부회장은 베트남에 국내 쉐프를 파견해 1년 동안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빵을 개발하면서 차별화를 이끈 만큼 미국 소비자들의 이런 추세를 반영해 고급 아시안푸드를 서양식 식사문화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PK마켓에서 식료품보다는 음식점 콘셉트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그로서란트매장들이 대부분 음식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서란트의 등장을 예견했던 미국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경영 권위자 크리스토퍼 뮬러 보스턴대 교수는 와튼@비즈니스 라디오 방송에서 “식료품 가게와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각각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어 두 집단의 중간지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식료품 쇼핑을 하러 나온 소비자가 간단히 핫도그와 피자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과 제대로 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경험은 전혀 다른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고급 아시안푸드를 계획하고 있는만큼 그로서란트매장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듯한 맛과 서비스로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 부회장은 2018년 3월 미국진출 의사를 밝힌 뒤로 아시안푸드로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이마트는 2018년 12월 미국 프리미엄 식자재회사인 ‘굿푸드홀딩스’를 3242억 원에 사들이면서 PK마켓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놨다.

굿푸드홀딩스는 이마트가 처음으로 해외기업을 인수한 사례로 정 부회장이 그만큼 공을 들여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굿푸드홀딩스는 현재 로스엔젤레스 등 미국 서부지역에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