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근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이사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경영권 승계 ‘지렛대’로 꼽히는 신설법인 올리브영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계속 맡게 될까? 

업계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구 대표가 올리브영을 계속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부장의 마약 밀반입 및 투여 혐의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제동이 걸린 만큼 구 대표가 올해 정기인사에서 다른 역할을 맡아 자리를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창근, CJ 경영권 승계 차질에도 '승계 지렛대' 올리브영 계속 맡나

구창근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이사.


23일 CJ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11월 CJ올리브영네트웍스에서 분할돼 별도법인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11월1일 올리브영과 IT사업부로 인적분할하고 IT사업부 주식을 지주사인 CJ 주식과 맞바꾸는 주식교환을 진행한다.

구 대표는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를 맡아왔던 만큼 분할되는 올리브영 대표이사를 그대로 맡아 이끌 가능성이 점쳐진다.  

구 대표는 2018년 8월부터 올리브영부문을 맡아 실적 개선세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왔다.

올리브영의 상반기 매출은 9407억 원, 영업이익은 47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1%, 영업이익은 151.2% 늘었다. 증권업계에선 올리브영이 올해 1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헬스앤뷰티(H&B)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롭스(롯데쇼핑), 랄라블라(GS리테일) 등 경쟁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6월 말 올리브영 매장은 1233곳(직영 992개, 가맹 241개)으로 점포 수 기준으로 약 78%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1위 사업자다. 업계 2위인 랄라블라(GS리테일)과 비교해도 점포 수가 6배 이상 벌어져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롭스(롯데쇼핑), 랄라블라(GS리테일) 등 경쟁점과 비교해 우월한 브랜드 인지도, 다수의 점포망 등을 기반으로 한 상권 선점, 온라인판매채널 강화계획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0월~11월에 진행될 CJ그룹 정기인사와 맞물려 구 대표가 자리를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현 회장이 대대적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있는 구 대표에게 다른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CJ 기획팀장, 전략1실장 등을 거쳤고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네트웍스, CJ프레시웨이, CJCGV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를 지내며 다양한 산업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CJ푸드빌 대표이사를 맡아 투썸플레이스를 물적분할하는 방식으로 1800억 원 규모의 상장전 외부투자(프리IPO)를 이끌어낸 뒤 임기 1년도 채우지 않은 채 곧바로 CJ올리브네트웍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신설법인인 올리브영 대표이사는 시기적으로 10월 정기 임원인사와 맞물리는 만큼 누가 맡을 지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구 대표가 맡은 핵심 역할로 꼽히던 올리브영 기업공개(IPO) 역시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마약 밀반입 및 투약 혐의로 당분간 멈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리브영이 IPO(기업공개)를 진행하면 이 부장 등 오너일가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지주사인 CJ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졌다. 신설법인인 올리브영에는 이선호 부장이 17.97%, 이경후 상무가 6.91%의 지분을 쥔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 부장이 마약 밀반입 및 투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이런 관측이 어그러졌다.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른 시일 안에 올리브영 상장작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구 대표에게 주어진 임무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CJ올리브네트웍스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 역시 이번 분할 및 주식교환으로 상당수준 해소됐다.

그럼에도 아직은 구 대표가 올리브영을 계속 맡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장의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구 대표 역시 그대로 올리브영을 맡아 장기적 시각에서 ‘실적 증가’와 ‘승계 지렛대’라는 중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