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에서 LG전자에 공격받자 가전에서 역공 펼쳐 확전

▲ 삼성전자 유튜브 화면 캡처. <삼성전자 유튜브>

삼성전자가 LG전자에 역공을 펼쳤다.

다만 전선은 LG전자가 먼저 싸움을 걸어온 TV 분야가 아닌 가전 분야다. 1위를 지키고 있는 TV 분야의 분쟁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해 다른 쪽에서 ‘공세적 방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23일 삼성전자의 국내 공식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user/SamsungMobileKore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일 삼성전자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의 성능을 비교 실험한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서 삼성전자는 옷걸이를 흔들어서 먼지를 털어내는 방식은 ‘NO’, 강력한 바람으로 먼지 입자를 제거하는 방식에 ‘YES’라고 설명하며 에어드레서의 에어워시 기능의 장점을 강조했다.

LG전자의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는 1분에 최대 200회 옷을 흔들어 먼지를 제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동영상은 스타일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에어드레서가 스타일러보다 먼지 제거 효과, 소음·진동 등에서 우수함을 주장한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의류관리기는 물론 건조기, 세탁기 등 3종류의 의류 관리 가전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영상도 올려놓았다. 이 영상에는 LG전자 스타일러의 먼지제거 방식과 함께 LG전자 건조기의 열교환기(컨덴서) 자동세척 기능의 문제점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가 LG전자를 겨냥한 영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가 '8K TV'를 둘러싼 LG전자의 공세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전까지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삼성전자의 태도가 최근 달라졌기 때문이다.

LG전자는 9월 초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IFA)에서 삼성전자의 8K QLED TV는 화질선명도(CM)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8K TV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피하며 갈등이 커지는 것을 자제해 왔다.

상황은 17일을 계기로 달라졌다. LG전자가 오전 여의도에서 8K 기술설명회를 열고 올레드TV와 삼성전자의 QLEDTV를 직접 비교하자 삼성전자도 오후 우면동 R&D센터에서 기술설명회를 열어 두 회사 TV 화질을 비교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틀 뒤인 19일에는 유튜브 채널에 LG전자 제품을 저격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17일 설명회에서 “한국기업의 상호비방이 안타깝다”며 “싸움으로 몰고 갈 생각은 없다”고 말한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삼성전자가 TV 대신 가전 분야로 전선을 옮겨간 점은 보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TV를 담당하는 VD사업부를 넘어 가전을 총괄하는 CE부문 차원의 대응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확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더욱이 LG전자는 VD사업부가 CE부문에 종속된 삼성전자와 달리 TV사업을 하는 HE사업부문과 가전사업을 하는 H&A사업부문이 구분돼 있다. LG전자 쪽에서 보면 HE사업부문의 일이 엉뚱하게 H&A사업부문으로 불똥이 튄 셈이다.
 
삼성전자, TV에서 LG전자에 공격받자 가전에서 역공 펼쳐 확전

▲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TV분야에서는 LG전자에 크게 앞서는 1위이지만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 가전분야는 LG전자를 쫓는 2위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1위와 2위라는 서로 다른 처지가 사업전략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1위 제품은 굳이 2위와 비교를 할 필요가 없이 이미 시장에서 많은 선택을 받았다는 결과만 강조하면 된다. 오히려 불필요한 비방전은 1위 제품의 이미지 훼손을 가져올 수 있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2위는 1위와 비교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상대적 강점을 내세워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광고가 먹히지 않는다 해도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

삼성전자는 휴대폰사업에서 애플과 스마트폰 특허를 둘러싼 전면전을 치르면서 단숨에 애플에 버금가는 스마트폰사업자라는 이미지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비교와 경쟁 광고는 1위 사업자가 아닌 2위 사업자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코카콜라를 겨냥한 펩시콜라의 광고, 맥도날드를 겨냥한 버거킹 광고, DHL을 겨냥한 페덱스 광고 등이 나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동영상광고도 득이 없는 TV 분야에서 LG전자와 다투기보다는 도전자인 가전 분야에서 LG전자와 비교우위를 내세워 실리를 꾀하면서 우회적으로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관측된다.

LG전자 역시 1위 사업 분야에서는 지키고 2위 사업분야에서 공격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앞서 있는 가전사업에서 삼성전자의 도발을 받아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어느 한 쪽에서 전면전을 벌이기보다 서로 다른 전선에서 물고 물리는 신경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게 여겨진다.

LG전자는 여전히 TV분야에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동영상이 올라온 19일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TV 광고가 허위·과장광고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단순히 설전에 머물지 않고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