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인도에 진출하자마자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높은 성장성이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진출을 결정했지만 공장 문을 열기도 전에 시장이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아차 인도 진출하자 시장위축 '당황', 심국현 셀토스 호조로 '안도'

▲ 심국현 기아자동차 인도권역본부장.


심국현 기아차 인도권역본부장은 당분간 단기적 판매 증가보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와 디자인 강점을 앞세운 브랜드 이미지부터 확립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이코노믹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언론에 따르면 기아차가 인도에서 8월22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 소형 SUV 셀토스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

기아차는 8월에 인도에서 셀토스를 모두 6236대 팔았다. 인도에서 판매된 SUV 가운데 4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에 올랐다.

현지 1위기업인 마루티스즈키의 에르티가, 비타라브레짜 등 기존 인기모델들과 비교해 판매량 차이가 1천~2천 대 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초반 판매량이 많다. 형제기업인 현대차의 인기모델 크레타의 판매량(6001대)보다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전계약 5주 동안 3만2천 대 넘는 접수가 몰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한동안 높은 판매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상황을 들여다보면 기아차가 안심하기는 힘들다. 인도 자동차시장은 올해 초부터 얼어붙기 시작해 아직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8월에 인도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모두 255만5267대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4.4% 줄었다.

월별 판매량만 보면 올해 초부터 소폭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최근 석 달 사이 감소폭이 30%까지 치솟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기아차가 인도 진출 결정을 내렸던 2016년만 하더라도 인도의 자동차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장 문을 막 연 기아차로서는 다소 당황스럽게 됐다.

심국현 인도권역본부장은 이런 상황 변화가 무척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심 본부장은 2018년 1월 기아차 인도 법인장에 선임된 이후부터 계속 인도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동안 심 본부장의 역할이 인도 새 공장 설립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출범 초기 판매 확대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인데 시장 위축 탓에 녹록치 않아 보인다.

심 본부장은 불리한 대외적 환경에 무리한 판촉활동을 추진하기보다 브랜드 이미지부터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 인도 법인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을 봐도 기아차의 그런 의지가 읽힌다.

기아차는 유튜브에 셀토스뿐 아니라 텔루라이드와 쏘울부스터 등 아직 인도에 출시하지 않은 차량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 기아차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팅어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들도 여럿 올라와 있다.

기아차는 인도의 인기 액션배우를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매우 멋진(Badass)’ 등의 광고문구를 곳곳에 삽입해 역동적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기아차만의 특징들을 전면에 내세워 현대차의 형제기업이지만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시장에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들로 읽을 수 있다.

기아차가 해외 기업설명회 자료에서 “인도에서 ‘SUV 전문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것과도 맞닿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