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공격 사건 등과 관련해 지정학적 위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 회장은 19일 저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SK회장을 맡은지 20년쯤 되는데 그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맞는 것 같다”며 “이렇게까지 지정학이 비즈니스를 흔들어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고 SK그룹이 전했다.
 
최태원 "반도체 소재 국산화보다 다른 대안 찾아야 더 효과적"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현지시각 19일 저녁 워싱턴 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SK >


그는 “지정학적 위기는 앞으로 30년 정도는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으니 이제 여기에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반도체 소재 국산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국산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보다는 다른 방법(alternative way)를 찾아야 한다”며 “국산화를 배제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안을 먼저 찾는 것이 지금 상황을 벗어나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무기화가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일본이 진짜로 물건을 안팔면 다른 곳에서 구해와야 하는데 중대한 부품은 그렇게 할 수 없고 결국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게 된다”며 “반도체 소재 등을 무기화 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SK가 지속적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최 회장은 “SK는 최근 3년 동안 미국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 3년 동안 1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며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교육,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창출할 수 있는데 SK는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24억 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그는 “SK배지 ‘행복 날개’는 우리 모두의 더 큰 행복을 위한 헌신과 약속을 상징한다”며 “앞으로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 추구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사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소송전과 관련해서는 "잘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