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독자개발 6년의 결실 마침내 거두다

▲ 18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열린 가스터빈 최종 조립행사에서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BG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발전기자재의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하는 것은 두산중공업의 목표이자 과제였고 가스터빈이야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기술입니다.”

18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열린 가스터빈 최종 조립행사에서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BG(비즈니스그룹)장은 이 말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정부가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을 국책과제로 추진하자 여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6년 만에 초도모델을 생산해냈다.

이 초도모델은 현재 LNG(액화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나 LNG 복합화력발전소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순출력 270MW, 복합출력(열병합발전과 연계해 계산한 출력) 390MW급의 가스터빈이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까지 이 모델의 자체 시운전 및 성능시험을 거친 뒤 한국서부발전이 짓는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실증을 수행한다. 상업운전은 2023년부터다.

개발을 시작해 6년이 지나서야 상용화에 이르는 출발점에 선 것이다.

가스터빈의 본체에 해당하는 로터 조립체를 실제로 보니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개발에 왜 그리 긴 시간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은 그야말로 첨단 기계기술의 집약체였다.

가스터빈의 본체에 해당하는 로터 조립체에는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기체를 이동시키는데 쓰이는 칼날 모양의 날개)가 달려 있다.

가스터빈이 가동할 때 블레이드들은 3600RPM의 속도로 회전하는데 이 때 머리카락 하나 굵기만큼의 진동만 생겨도 가동을 멈춰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구성품들을 정밀하게 조합하는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기술’을 적용했다

로터 조립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하는 압축기, LNG(액화천연가스)를 연소한 뒤 압축공기와 반응시켜 동력을 만들어내는 연소기, 열병합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온도까지 기체를 식히는 냉각기로 이뤄져 있다.

압축기에는 대량의 공기를 24:1비율까지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기 기술’이 적용됐다.

연소기의 블레이드는 1500도에 이르는 높은 온도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니켈 합금강으로 블레이드를 만드는 ‘초내열 합금소재 기술’을 적용해 이 조건을 충족했다.

냉각기의 블레이드에도 섬세한 기술이 적용됐다.

두산중공업은 차가운 공기를 냉각기 블레이드 내부에 순환시키며 기체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정밀 주조 기술’을 활용해 블레이드에 여러 개의 구멍을 냈는데 크기가 아주 작아 가까이 다가서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구멍 때문에 블레이드 내부로 전해질 온도를 낮추기 위해 세라믹 코팅까지 곁들였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는 이날 행사에서 “한 사람의 기계공학도로 말하건대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며 “기계공학이 다루는 3역학(열역학, 유체역학, 재료역학)과 관련한 기술이 모두 정점에 이르러야 만들어낼 수 있는 설비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가스터빈의 원천기술은 제너럴일렉트릭(미국), 지멘스(독일), MHPS(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 일본), 안살도에네르기아(안살도, 이탈리아) 등 4개 회사만이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2013년 안살도를 인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려 했으나 이탈리아 정부뿐만 아니라 현지 여론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인수에 실패했다. 그 뒤 독자개발로 노선을 바꿔 실증을 앞둔 지금에 이른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분명 가스터빈의 후발주자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가스터빈에서는 시장을 선점한 4개 회사들과 경쟁하기 충분한 강점이 보였다.

가스터빈은 보통 5~6년에 한 번씩 유지보수작업이 진행되는데 이 때 블레이드나 베어링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로터 조립체에서 분해해 떼어내야 한다.

반면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은 로터 조립체에서 블레이드와 베어링을 떼어내지 않고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스터빈은 단순 공급보다 장기 유지보수계약(LTSA)의 가격이 더 비싸다. 두산중공업은 이 점에 착안해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사를 모으려 하는 것이다.

게다가 가스터빈은 회사마다 부품의 규격이 달라 공급사가 유지보수까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번 공급으로 안정적 수익을 꾸준히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가스터빈의 설계와 개발 등 실무작업을 담당한 이광열 두산중공업 상무는 가스터빈산업을 면도기에 비유해 설명했다.

이 상무는 “면도기는 본체 가격이 싸지만 면도날이 비싸지 않느냐”며 “D회사의 면도기에 G회사의 면도날을 장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의 자체 시운전을 위해 지은 공장의 벽에는 ‘글로벌 No.1 두산 가스터빈’이라는 글이 걸려 있었다. 

두산중공업은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