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중공업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LNG(액화천연가스)연료탱크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가 대거 수주할 가능성이 큰 LNG추진선의 연료탱크를 세진중공업이 대부분 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진중공업, 조선3사 LNG추진선 대거 수주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혀

▲ 가백현 세진중공업 대표이사.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에서 LNG추진선의 발주가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회사인 엑슨모빌이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확정물량 4척, 옵션물량 4척으로 발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석유화학회사 토탈도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발주를 추진하며 조선 3사를 수주 후보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6일 글로벌 정유회사인 쉘이 그리스 선박회사 캐피탈마리타임을 통해 현대중공업에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14척의 건조의향서를 보냈다.

삼성중공업은 8월 LNG추진 아프라막스급(순수 화물적재량 8만~13만 DWT의 액체화물운반선) 원유운반선 10척의 수주를 확정하기도 했다.

발주가 시작되면서 한국 조선3사가 LNG추진선 수주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탄탄한 입지가 확인되고 있다

세진중공업에게는 특히 호재다. 조선3사로부터 LNG연료탱크를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세진중공업은 그동안 LPG(액화석유가스), LEG(액화에틸렌가스)탱크를 제작해오다 앞서 8월 현대미포조선과 LNG저장탱크 3기의 공급계약을 맺으며 LNG탱크사업의 첫 발을 뗐다.

이어 사업의 폭을 LNG연료탱크로 넓혀 영업활동을 펴고 있다. LNG연료탱크는 기존 가스탱크와 제작 기술의 차이가 크지 않아 사업을 확장하기가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세진중공업이 LNG연료탱크 사업에서 첫 공급실적을 확보한다면 독점적 입지를 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 경쟁사가 있으나 LNG연료탱크 발주가 손에 꼽을 정도였던 만큼 공급실적 유무가 기술력을 가르는 지표는 아니라고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LNG추진선은 현대삼호중공업이 2018년 7월 인도한 선박이 세계 최초의 LNG추진선이었을 정도로 발주량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세진중공업이 기존 가스탱크사업을 통해 글로벌 톱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세진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에 모두 가스탱크를 납품하며 기술 신뢰를 쌓았다.

한국조선해양은 세진중공업이 LNG저장탱크의 공급실적이 없었음에도 세진중공업의 기술력을 믿고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LNG저장탱크 3기의 제작을 맡기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수주할 LNG추진선의 연료탱크까지 세진중공업이 공급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가스 추진선의 연료탱크를 일부 자체제작하거나 해외에서 들여왔는데 이는 수주 물량이 적어 안정적 수급처를 확보할 필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NG추진선은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시행하는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와 맞물려 규제 대응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발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2025년 발주되는 선박의 60.3%가 LNG추진선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메이저 선급인 DNV-GL은 2025년 운항하는 선박의 40% 이상이 LNG추진선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NG추진선은 건조 난이도가 벙커씨유나 디젤 등 석유연료 추진선보다 높아 선박 건조기술이 뛰어난 조선3사에게 발주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LNG연료탱크를 안정적으로 받기를 원한다면 세진중공업을 가장 먼저 고려할 공산이 크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추진선은 앞으로 선박 발주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며 “세진중공업의 고객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세진중공업의 LNG연료탱크는 가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증권가에서는 1기당 10억 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진중공업이 앞으로 한국조선해양의 LNG연료탱크만 담당하더라도 1년에 300억 원 이상의 매출과 5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진중공업이 2017년 영업이익으로 70억 원, 2018년 영업이익 80억 원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LNG연료탱크사업은 실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세진중공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LNG연료탱크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준비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5일 세진중공업은 이사회를 열고 환경기계 제조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온산마린텍(가칭)’을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안건을 승인받아 9월30일을 기일로 법인을 분할한다.

최광식 연구원은 “온산마린텍은 앞으로 스크러버나 LNG연료탱크 등 환경규제의 대안으로 꼽히는 선박기자재의 집중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진중공업 관계자는 “가스탱크를 가장 많이 제작해 납품한 회사로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라 있다”며 “앞으로 LNG연료탱크에서도 최고의 회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영업활동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