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민간사업자의 저조한 참여로 답보상태에 빠진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인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들일 유인이 부족하고 청년주택 공급가격이 청년들의 실제 경제사정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늘Who] 박원순, 답보상태 서울 청년주택사업 돌파구 뚫기 안간힘

박원순 서울시장.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사업자에게 일부 가구의 초기 분양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으로 공급하는 주택물량 가운데 일부 물량을 초기 분양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초기 분양 허용 비율에 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초기 분양 허용을 검토하는 이유는 민간사업자의 사업 참여를 늘려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은 모든 가구를 최소 8년 동안 임대로만 공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개발자금을 사업 초기에 회수하기 어려워 사업자가 참여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19년 상반기까지 서울시로부터 사업인가를 받은 청년주택은 박 시장이 2016년 공급목표로 밝힌 8만 가구에 크게 못 미치는 1만4280가구에 불과하다.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청년주택사업에 참여하면 주택 준공 뒤 개발자금을 완전히 회수하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자금력이 풍부해 이처럼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회사는 얼마 되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여기에 주택금융공사가 청년주택사업자의 건설자금 보증 요건을 강화한 것도 역세권 청년주택사업 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7월 은행 등 대출기관에 토지구입자금 보증한도 축소와 시공사 제한 등을 담은 공문을 보내 건설자금 보증에 관한 기준을 강화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기존 청년주택사업자에 관해 토지구입비 산정이나 시공사 요건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아 보증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했다"며 요건 강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건설자금의 저리융자 보증을 받기 어려워진 민간사업자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할 처지에 내몰려 서울시에 사업진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건설자금 보증 한도가 줄어 들었으니 다른 부분에서 사업자 이익이 확보돼야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주거용도인 근린생활시설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이나 70%로 제한한 주택담보인정비율을 완화해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공급하는 청년주택도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주택의 공급가격이 높아 저렴한 주택으로 청년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본래 사업 의도가 퇴색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내놓는 청년주택에는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 물량이 턱 없이 부족하다.

서울시는 2020년 상반기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에 청년주택 499가구를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을 발표한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공급한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물량은 전체 공급 물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49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충정로 지역에 공공임대로 공급되는 원룸형(16~35㎡) 주택은 보증금 1656만~4092만 원, 월세 7만~16만 원이다. 반면 민간임대 방식으로 공급되는 원룸형(15~39㎡) 주택은 보증금 4850만~1억1280만 원, 월세 29만~66만 원으로 공공임대보다 보증금과 임대료를 평균 3~4배 많이 부담해야 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박 시장이 내놓는 청년주택은 민간임대 방식에 비중을 싣고 있는데 민간임대 공급가격은 주변 시세와 비교해 평균  90~95%에 수준으로 초기 정책 시나리오처럼 저렴한 주택이 아니다”며 “서울시가 청년주택에 용적률을 풀어주고 각종 기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 공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 결과물로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주택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주택 가격이 주변시세보다 오히려 높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가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에 공급하는 원룸형 주택(39㎡)의 임대보증금은 1억1280만 원, 월세는 66만 원이다. 이를 전세로 환산하면 2억6223만 원(전월세 전환율 5.3%적용)이다.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충정로에 공급하는 청년주택의 전세 환산가격은 10일 현재 주변시세보다 오히려 1500만 원가량 더 비싸다.  

충정로의 부동산중개업자는 청년주택의 전세 환산가격이 높은 것을 두고 “청년임대주택이 처음 들어선다고 했을 때 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청년주택 공급가격을 많이 낮출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사업 외에도 중랑구 북부간선도로 위에 공공주택 1천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과 은평구 증산빗물펌프 시설에 청년 공공주택 건설계획 등 다양한 공공주택 공급방안을 내놓으며 서울시의 주택난 해소와 서울시민의 안정적 주거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내놓는 서울시 주거정책을 두고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내 정책의 취지를 담보하는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의 행보를 보면 박 시장은 대권을 염두에 두고 치적에 목말라 있는 것 같다”며 “마구잡이식 정책의 폐해는 고스란히 서울시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