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항공불황에 중장기 전략으로 준비했던 사업 다변화 카드인 동남아시아 노선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어 화물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일본여행의 대체지로 동남아시아를 향한 여객수요가 늘어나 동남아시아가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항공업황 악화에 동남아시아 노선 확대 서둘러 꺼내들어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악화된 항공업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동남아시아 노선을 신설하고 증편한다.   
 
대한항공은 10월부터 서울~필리핀 클락 노선을 주7회로 신설하고 베트남 다낭과 인도네시아 발리행 노선도 각각 주4회 증편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한일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일본 여객수요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4분기 일본 노선의 규모를 20% 가까이 축소하는 대신 동남아시아 노선을 10%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 여객수요 감소가 2019년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항공사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다 일본을 대체할 수 있는 여행지로 동남아시아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은 화물 분야에서도 수요 선점을 위해 동남아시아 화물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5월에는 필리핀 마닐라, 8월에는 태국 방콕에 화물기 보잉777F를 각각 주 2회 재취항했다.

기존에 마닐라와 방콕 구간은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항공화물을 수송해왔지만 최근 글로벌기업들이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등으로 화물수요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부품, 정보통신(IT) 제품 등의 항공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화물기를 투입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동남아시아 노선을 강화하는 것은 2019년 2월 발표한 경영쇄신안인 ‘비전 2023’과도 맞닿아 있다. 2023년까지 여객과 화물에서 동남아시아에 노선을 새롭게 개발하고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항공 사업에서 동남아시장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다. 대한항공의 IR자료에 따르면 2019년 2분기 동남아시아 여객사업의 매출비중은 22%, 화물사업은 15%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항공은 중장기적으로 동남아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노선 확대 카드를 일찍 깨낸 것은 최근 항공사 업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2분기 98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저비용항공사들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항공업계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계획해뒀던 동남아시아 여객과 화물 노선을 확대해 사업다변화를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여객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일본 이슈가 크다”며 “화물분야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신남방정책 등으로 동남아시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다변화 전략을 위해 지속해서 동남아시아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대한항공의 동남아 노선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 예약률 기준으로 동남아시아 예약이 늘고 있고, 화물도 연말 성수기효과가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