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노조의 전면파업에도 올해 임금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이 올해 흑자전환으로 가는 갈림길에 서 있는 데다 GM 본사의 수익성 개선 압박도 상당해 노조의 임금 및 성과급 인상 요구를 수용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 전면파업 들어가, 카젬도 흑자 포기 못해 강경태세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임한택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


9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이날부터 11일까지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제너럴모터스(GM)가 2002년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첫 전면파업이다. 

전기 및 수도 관리 관련 인력을 제외한 한국GM 소속 조합원 8천여 명이 전면파업에 참여한다. 

애초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던 연구개발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 2천여 명은 이날 회사와 교섭을 진행한 뒤 10일과 11일에 파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파악됐다. 

추석연휴와 주말까지 포함하면 일주일가량 한국GM의 차량 생산이 중단되는 데다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 생산은 물론 영업과 서비스에도 지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부평1공장과 2공장을 더해 시간당 90대가량의 차량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카젬 사장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군산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영업손실을 큰 폭으로 줄인 만큼 올해가 흑자전환을 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018년 영업손실을 6148억 원까지 줄였는데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을 지출한 것을 제외하면 2천억 원정도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영업손실 8385억 원에서 6천억 원 가까이 손실 폭을 줄인 셈이다. 

카젬 사장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지난해 회사와 맺은 약속을 깨뜨린 것이라는 점을 적극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해 4월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회사가 수익성을 회복한 뒤에야 임금 인상 및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카젬 사장은 노조를 설득하는 대신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4일 열린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트래버스’ 출시행사에서 “최근 노동조합의 조치는 안타깝다”며 “노조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했으며 노조와 함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GM 본사의 임금 동결 압박도 상당하다.

줄리안 블리셋 GM 수석부사장 겸 GM 인터내셜 사장은 8월 21일과 22일 한국GM 부평 공장과 창원 공장에서 임직원들과 만나 “올해 임금교섭은 2018년 노사 합의에 따라 수익성 회복을 전제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지속되면 수출 물랑 배정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며 사실상 회사와 노조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한국에서 (파업에 따라)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으며 신차 2종 배정을 약속했지만 트랙스나 스파크 등 다른 수출 물량은 멕시코나 인도 공장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트랙스와 스파크 등이 한국GM 수출물량의 32%를 차지하는 만큼 GM 본사의 물량 압박은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카젬 사장이 강경 태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GM 노사의 대치국면은 장기화할 수도 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5.65% 인상, 격려금과 성과금 등이 포함된 상여금 165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수용불가 방침을 고수하자 8월 나흘 동안 생산직과 사무직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부분파업을 진행했으며 이날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