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 정통 SUV 자부심에 걸맞다

▲ 기아자동차 '모하비 더 마스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의 정통성을 잃지 않은 차.” “도심형 SUV와 다른 길을 걸으며 정통 SUV의 계보를 이어온 차.”

기아자동차는 대형 SUV 모하비의 두 번째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 ‘모하비 더 마스터’의 공식 출시행사에서 유독 ‘정통’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사용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쟁차량들과 분명히 다른 독보적 특징을 지녔다고 기아차가 자부하는 모하비 더 마스터를 직접 타봤다.

◆ ‘모하비 더 마스터’, 기존 모하비 이미지를 버렸다

5일 인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를 시승할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시승은 네스트호텔에서 경기 양주에 위치한 한 카페까지 편도 82km가량의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승차량으로는 7인승 모델의 최상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 마스터즈가 제공됐다.

모하비 더 마스터 시승에 앞서 행사장에 전시된 차량을 미리 둘러보며 외부 디자인부터 확인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인했던 차량의 내외장 디자인과 3월 말 열렸던 서울모터쇼에 전시됐던 모하비 더 마스터의 콘셉트카 ‘모하비 마스터피스’보다 실제 양산차의 모습은 더욱 당당하게 느껴졌다.

기아차가 모하비 더 마스터의 핵심 디자인으로 꼽았던 버티칼큐브 형태의 앞뒤 램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버티칼큐브는 사각형 모양의 램프가 수직 형태로 늘어선 모양으로 디자인된 주간주행등과 리어램프의 형상을 일컫는다.

버티칼큐브 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부에 위치한 수직 형태의 크롬라인과 동일하게 디자인됐는데 이에 따라 차량 시동이 꺼져 있을 때는 라이에디터 그릴의 수직선인 크롬라인이 마치 전면부를 가득 채우는 것처럼 느껴져 대형 SUV다운 모습이 더욱 강조됐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상하로 분리된 주간주행등 가운데 아랫부분만 주황색으로 바뀌어 깜빡이는데 이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3열로 배치된 버티칼큐브 램프 사이마다 하향등 2구, 상향등 2구 등 모두 4구의 LED 조명이 들어있다.

리어램프도 헤드램프와 동일하게 디자인돼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시승기]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 정통 SUV 자부심에 걸맞다

▲ '모하비 더 마스터' 내부 모습.

전체적으로 신차라 해도 무방할 수준으로 외부 디자인 변경이 이뤄졌는데 내부 역시 기존 모델과 다른 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거의 싹 바뀌었다.

마스터즈 트림 기준으로 속도와 분당 엔진 회전수(RPM)를 표시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계기판이 12.3인치 풀사이즈 칼라 TFT LCD 클러스터로 완전히 대체됐으며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화면도 12.3인치가 기본 적용돼 시원한 느낌을 줬다.

에어컨 등 공조기를 제어하는 버튼은 고급스러운 재질로 바뀌었다. 가장 최근 모델인 2019년형 모하비를 놓고 대형 SUV답지 않은 재질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런 소비자 반응을 고려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온도를 조절하는 버튼이 다이얼이 아닌 조그(위아래로 조절하는 방식)로 바뀐 점은 주행중 직관적 제어를 다소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기어봉 아래쪽에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등 주행모드와 험로주행모드(눈길, 모래 등 다양한 노면에서 최적의 주행성능을 내도록 돕는 기능)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다이얼 방식으로 적용돼있다.

K7프리미어나 셀토스, 신형 쏘나타 등에 적용된 실내무드램프는 모하비 더 마스터에서 크기가 더욱 확대된 형태의 ‘입체패턴 무드램프’로 진화됐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렉시콘팩이라는 옵션을 선택하면 적용되는 15개의 스피커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디자인됐다.

플래그십 SUV만의 품격을 과시하듯 ‘오크우드 그레인 가니쉬’는 센터페시아에서 도어까지 길게 이어지도록 했다.

◆ ‘강인한 엔진’과 ‘정숙함’이 모하비 더 마스터의 진면목
[시승기]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 정통 SUV 자부심에 걸맞다

▲ '모하비 더 마스터' 2열 에어벤트.

모하비 더 마스터의 진정한 매력은 주행에서 느낄 수 있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은 기존과 동일한 V6 3.0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다. 따라서 동력성능도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f·m로 같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형 SUV 가운데 유일하게 3.0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기아차는 모하비 더 마스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는데 시승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6기통 디젤엔진은 특성상 4기통 디젤엔진보다 소음과 진동이 덜하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SUV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소음진동 문제 때문인데 6기통 엔진은 이를 잘 제어한다.

비가 오는 날씨 탓에 엔진 소음이 차량 내부로 얼마나 들어오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잠시 비가 잦아들었을 때마다 소리를 들어보면 꽤나 정숙하다고 할 수 있다.

엔진의 힘은 팰리세이드와 비교해 확실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차가 앞으로 쭉 치고 나갔다. 팰리세이드를 시승할 때도 가속능력이 우수하다고 느꼈는데 모하비 더 마스터를 타보니 팰리세이드의 성능이 다소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팰리세이드는 2.2 디젤 엔진의 최대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02마력, 45.0kgf·m로 모하비 더 마스터와 비교해 뒤쳐진다.
[시승기]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 정통 SUV 자부심에 걸맞다

▲ '모하비 더 마스터'는 평소에 뒷바큄굴림(후륜)으로 전진하지만 상황에 따라 앞바퀴에서도 동력을 전달한다.

3.0 디젤 엔진과 결합된 8단 자동변속기의 매력은 급가속해도 엔진의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변속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변속 이질감도 6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파워트레인 성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구간은 언덕길이었다.

시승구간 막바지 2km 남짓한 구간에 경사도가 꽤 높은 코스가 있었는데 모하비 더 마스터는 오르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 구간을 힘들이지 않고 통과했다.

일반 SUV를 운전하는 느낌으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마치 평지주행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것과 마찬가지로 급가속돼 앞차와 거리가 빠르게 좁혀진 탓에 브레이크에 발을 더 자주 대야 할 정도다.

기아차는 애초 출시행사에서부터 모하비 더 마스터가 국내에 출시된 다른 도심형 대형 SUV와 분명하게 다른 매력을 지난 차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도심형으로 개발된 SUV와 비교하기 힘들다'는 말까지 쓰면서 말이다. 언덕길 주행에서 모하비 더 마스터의 성능을 확인하면서 그 말에 수긍이 갔다.

주행감도 만족스럽다.

바디가 하나의 프레임 위에 얹어진 형식의 ‘바디 온 프레임’ 방식으로 만들어진 차라 요철구간에서 다소 딱딱한 느낌이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지구간에서는 고급 세단에 못잖은 승차감을 보여줬다.

기아차는 이번 부분변경모델에서 기존 후륜 쇼크업소버 장착 각도 직립화 등 후륜 서스펜션 구조 개선, 바디와 샤시 연결부위의 고무 강화 등으로 후륜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뒷바퀴굴림(후륜) 기반이지만 차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앞바퀴까지 함께 굴려주는 전자식 4WD 시스템도 주행감 개선에 기여한다.

다만 2열에 탑승했을 때의 승차감은 1열보다 뚜렷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거칠었다.

◆ 현대기아차의 첨단 안전·편의사양 능력은 모하비 더 마스터에서도 계속 진화
[시승기]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 정통 SUV 자부심에 걸맞다

▲ '모하비 더 마스터' 시승때 비가 많이 내렸지만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1시간 남짓 했던 시승에서 가장 유심히 살펴본 것은 모하비 더 마스터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성능이다.

비가 세차게 오는 날씨라 차량 곳곳에 장착된 레이더가 차선과 주변 차량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시승을 하면서 말끔하게 지워졌다.

와이퍼가 쉬지 않고 빠르게 앞유리를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비가 거세게 내렸지만 차로유지 보조, 차로이탈 방지보조, 후측방 충돌 방지보조, 전방 충돌방지보조 등 여러 기능들은 문제없이 깔끔하게 작동했다.

빗길 운전에서는 운전자인 나를 믿는 것보다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믿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하비 더 마스터에 기본으로 장착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장맛비나 폭우 속을 달릴 때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주행할 수 있을 듯했다.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위치한 차로유지 보조(차량이 차선 가운데로 갈 수 있도록 스티어링휠을 스스로 조향하는 기능) 버튼을 눌러 기능을 활성화한 뒤 고속도로 주행보조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과 같은 기능과 함께 쓰면 사실상 반자율주행 상태로 주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생각됐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거친 날씨에도 불구하고 테스트 목적에서 손을 스티어링휠에서 떼 봤는데 최소 3분 이상은 스스로 주행할 수 있었다.

이 기능은 쏘나타와 K7 프리미어에도 있지만 신차의 계속되는 출시와 더불어 함께 진화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8.3km/ℓ다. 20인치 타이어, 7인승 모델 기준 복합인증연비인 9.3km/ℓ에 살짝 못 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시승기]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 정통 SUV 자부심에 걸맞다

▲ '모하비 더 마스터' 시승이 끝난 뒤 계기판에 나타난 평균 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