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데 시장의 우려가 높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결심했을까?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고 그동안 대규모 거래를 따낸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 아시아나항공 무얼 보고 미래에셋대우의 투자가치 판단했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4일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게 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금융투자회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선 이유와 관련해서는 "투자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 마감 결과 SK그룹, 한화그룹, GS그룹 등 대기업집단이 전혀 참여하지 않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흥행부진’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찰 가능성도 떠오른다.

아시아나항공은 손실을 내고 있는 데다 재무구조가 불안해 대기업집단에게 매력적 매물로 보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169억 원을 낸 데다 2분기 기준 부채규모는 9조6천억 원에 이른다.

항공업황이 좋지 않아 하반기에도 실적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2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들여 인수한다고 해도 오랜 시간 투자를 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투자가치를 높게 본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업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는 데다 기업가치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항공산업은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높다. 앞으로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규모의 항공사가 새로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앞서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항공업황을 밝게 보고 있지는 않지만 아시아나항공만 놓고 보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선 이유에는 박 회장이 대규모 거래를 따내면서 얻은 자신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2015년 KDB대우증권을 인수하기 위한 가격으로 2조4천억 원을 과감히 적어 내 2천억 원가량 차이를 내며 경쟁자들을 제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그룹이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호텔 15곳을 인수하는 거래에 직접 나서 모든 과정을 총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 15곳의 인수가격은 약 7조 원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체결되면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해외부동산 투자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꾸린 전략적투자자 HDC현대산업개발를 놓고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구주)과 신주를 매입하거나 인수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하게 될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자금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미래에셋대우가 떠안게 될 부담은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이 진행된 3일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9.43% 떨어진 채로 거래를 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놓고 다수의 증권사들이 ‘아쉬운 결정’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완주를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과 시너지를 낼 수는 있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 불안정한 잉여현금흐름 등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