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노동자들이 첫 집회를 열고 근로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면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게임회사들은 업계 1위인 넥슨이 게임업계에서 관행화된 전환배치제도를 어떻게 손보는지 지켜보고 있다.
 
[오늘Who] 넥슨 노조 '고용안정' 거센 요구, 이정헌 선택에 업계 주목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넥슨지회 ‘스타팅포인트’는 회사에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스마일게이트와 네이버, 카카오, 파리바게트 노조원들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배수찬 넥슨지회장은 연단에 올라 노조원들에게 “우리는 엄청난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면접을 다시 보는 게 과연 정규직이냐”고 물었다.

배 지회장은 “이런 업종은 어디에도 없다”며 “게임업계, 그것도 한국 게임업계만 이런 관습이 있다”고 말했다.

게엄업계에서는 추진하던 게임 개발이 중단되면 관련 인력은 사내에서 다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는 ‘전환배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자리를 찾지 못하면 대기 상태로 있다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만큼 노조는 전환배치제도를 개선해야 할 관행으로 바라본다. 

넥슨이 최근 일부 게임 개발을 접으면서 전환배치 대상자는 200명 이상 생겼고 현재 100명 정도가 업무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전환배치 문제 등 근로환경을 개선해달라며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통신기술업계 종사자들까지 넥슨 노조에 지지를 보내면서 이 대표가 느끼는 압박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행보는 업계에 상징성이 크다. 

지난해 9월 넥슨 노조가 출범한 뒤 곧이어 스마일게이트에서도 노조가 생겨났다.

게임업계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넥슨 노사는 올해 초 ‘포괄임금제 폐지 등 복지와 근로환경 관련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단체협약은 △8월 포괄임금제 폐지 △전환배치제도 개선 △유연근무제 개선 △복리후생 및 모성보호 확대 등 근로환경 개선과 관련한 조항 79개를 포함했다.

이 대표는 2003년 신입사원으로 넥슨에 입사해 2018년 1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넥슨에서 다양한 직책 및 직급을 맡아온 만큼 넥슨과 게임업계의 노동환경을 잘 알고 있다.
 
[오늘Who] 넥슨 노조 '고용안정' 거센 요구, 이정헌 선택에 업계 주목

▲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넥슨지회 ‘스타팅포인트’는 회사에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사람과 조직을 깊이 이해한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노조 출범 뒤 사내 공지를 통해 “노조 활동을 존중하고 충분한 대화로 원만한 합의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업계에 귀감이 되는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의지는 이렇지만 넥슨이 최근 처한 상황은 이 대표가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인 김정주 NXC 대표이사는 지분 매각이 무산된 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 영입을 추진하는 등 임원진에게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개발인력을 줄이는 데 반대의사를 내온 정상원 넥슨코리아 부사장은 8월 사임을 결정했다. 

이 대표는 8월 플랫폼별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서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던 7월3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NYPC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사업통합은 다양한 시각에서 오래 전부터 검토해온 것”이라며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첫 집회를 마친 노조는 우선 회사의 답변을 기다린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더 강력한 행동에 나설 계획도 세워뒀다. 이번 집회에는 IT지회만 참여했지만 다음에는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와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넥슨 관계자는 이날 노조의 주장과 관련해 “중단된 프로젝트에 소속한 직원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전환배치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며 “인력 감축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