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에서 신진그룹 회장 셋째 아들로 나오는 조태오(유아인 배우역)는 돈이면 다 된다는 비뚤어진 사고관으로 마약을 흡입하는 등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안하무인 재벌 3세의 모습을 보여준다. 

베테랑은 재벌 3세의 일탈을 넘은 범죄를 실감나게 연기한 유아인 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천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오늘Who] CJ 후계자 이선호는 왜 마약에 손을 댔을까, 승계 '난기류'

▲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이처럼 재벌 3세가 마약을 하다 적발되는 사례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다. 문제는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1일 새벽 국내에서는 금지된 액상 대마초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CJ그룹의 차기 회장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근 SK그룹이나 현대가의 재벌 3세가 마약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지만 이선호 부장은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직계 장손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게다가 CJ그룹은 최근 이선호 부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CJ그룹은 올해 4월 CJ의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분할, 합병을 통해 이 부장이 CJ 지분 2.8%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재현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42.07%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증여 또는 상속받느냐 였다.

하지만 이 부장이 ‘마약’에 연루되면서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수저’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기업 경영권을 물려받는 이들이 사회적 책무는 외면한 채 범죄를 저지르는 데 국민적 공분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 마약을 투여할 만큼  내면이 약하고 정서가 불안한 인물에게 기업의 총수를 맡기고 싶은 주주들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부장은 2013년부터 CJ제일제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아직 CJ그룹 안팎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할 만큼 성과를 낸 것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녀이자 이선호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 CJENM 상무가 CJ그룹 후계자로 부각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CJ그룹은 현재 이 부장의 마약 투약과 관련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벌3세들은 주로 해외에서 유학하는 동안 대마초 등 마약을 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호 부장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하는 등 유학 경험이 있다. 올해 4월 마약 혐의로 입건되거나 조사를 받은 SK그룹과 현대그룹, 남양유업 창업자의 3세들도 모두 해외 유학파였다.

특히 이 부장은 정신적 고통을 많이 받았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 부장은 2016년 4월 그룹 ‘코리아나’ 멤버 이용규씨의 딸인 이래나씨와 결혼했으나 같은 해 11월 사별했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SBS와 인터뷰에서 “재벌3세가 외국으로 유학을 가면 외롭기도 하고 외국의 파티문화에서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본질적으로 재벌3세들은 힘들게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그마한 충동에 약하고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도덕적 결함이 있는 재벌3세들이 경영능력에 관한 객관적 검증도 없이 기업을 승계한다는 점이다.

전문경영인체제가 아닌 오너경영체제는 분명 더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현 회장도 설탕과 식품을 팔던 CJ그룹을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키우며 사실상 ‘제2의 창업’에 버금가는 재도약을 이뤄냈다.

하지만 ‘금수저’로 태어나 편하게만 살아온 재벌3세가 혈연만을 이유로 기업을 승계한다면 기업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결국 이 피해는 그 기업의 주주와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영화 ‘베테랑’은 재벌3세인 조태오가 베테랑 형사인 서도철(황정민 배우역)에게 체포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태오가 결국은 신진그룹 계열사 일부를 물려받았을 것이란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