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기업공개(IPO) 전문가’로서 실력을 발휘하며 한국투자증권의 기업공개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업공개부문에서 유독 부진한 실적을 내며 8위에 머물렀는데 하반기 빠르게 상장주관 실적을 쌓아올리며 1위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오늘Who] 기업공개에 강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상장주관 1위 넘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기업공개부문 1위에 오르면 2016년 이후 3년 만에 1위 자리에 다시 오르게 되는 것이다. 

비메모리반도체 개발기업 라닉스는 29일부터 30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라닉스는 10월5~6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을 거친 뒤 10월 말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상장할 계획을 세워뒀다.

한국투자증권이 이 상장을 주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기업 가운데 한독크린텍과 롯데리츠도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정수기필터 제조업체 한독크린텍은 27~28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경쟁률 728.28 대 1을 보이며 청약증거금으로 약 7700억 원을 모았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공모가격이 희망범위 상단인 1만5100원으로 확정되기도 했다.

롯데리츠는 9월23일부터 10월2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격을 확정한 뒤 10월8일부터 3일 동안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다. 10월 말 상장 계획을 세워뒀으며 공모규모는 4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정 사장은 상반기 상장주관 실적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들어 기업공개부문에서 성과를 올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업공개 공모총액 380억 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8위에 오르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위였던 NH투자증권(4379억 원)과 12배가량 차이가 났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만 펨텍코리아, 에스피시스템, 레이, 그린플러스, 슈프리마아이디, 플리토, 세틀뱅크 등의 상장을 담당하며 빠르게 상장주관 실적을 쌓고 있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의 상장까지 마무리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기업공개부문 1위로 유력하게 꼽히는 NH투자증권과도 겨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도 ‘기업공개 전문가’로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 ‘초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을 도맡으며 국내에서 기업공개 최고 전문가로 손꼽혀왔다.

공모규모 4조8천억 원에 이르는 삼성생명을 상장할 때 기업금융본부장으로서 모든 과정을 이끌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공개를 진행하는 데 보통 1년가량이 드는 반면 삼성생명 상장은 5개월 만에 이뤄져 특히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를 상장할 때는 '기업공개 선진화방안'을 적용해 외국 기관투자자를 성공적으로 모으기도 했다. 기업공개 선진화방안은 외국 기관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지던 청약금제도를 없애고 외국 기관투자가가 공모주에 관해 ‘수요예측’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사장은 상반기 기업공개부문에서 유독 부진한 실적을 내며 체면을 구겼는데 하반기 기업공개 순위를 대폭 끌어올리며 기업공개 전문가로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상장주관 실적을 대폭 끌어올린 것은 물론 '대어급'으로 꼽히는 태광실업의 상장 주관사로도 선정되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공개부문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정 사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