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하반기에 판재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두 회사는 상반기부터 철광석 가격 급등을 이유로 조선용 후판이나 자동차강판 등 판재제품의 가격 인상을 주장해 왔으나 최근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며 가격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철광석 가격 낮아져 판재제품 가격인상 쉽지 않아

▲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왼쪽).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2019년 하반기 판재류의 계약공급물량 가격협상에서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철강제품의 원재료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에 들어서며 가격 인상요인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중국 수입가격을 기준으로 철광석 가격은 7월 한때 톤당 12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6일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15일에 88달러 수준까지 낮아졌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의 가파른 하락은 철강제품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하반기 기대했던 제품 가격 인상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계약공급물량 수요처와 하반기 제품가격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지난해 하반기 철광석 가격이 66달러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가격으로도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그러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상반기 감당했던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미 일반 유통물량의 가격을 올렸다.

포스코는 8월 열연제품과 후판 유통가격을 톤당 2~3만 원 올렸고 현대제철도 2분기에 판재류 유통가격을 톤당 3만 원 인상했다.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완성차회사와 조선사 등 전방산업 회사들이 업황 부진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두 회사가 제시하는 가격 인상분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강판의 고객사인 완성차회사들은 신차 개발비를 투입해 적자를 거둔 쌍용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그러나 우호적 환율효과를 누렸을 뿐이며 금액이 아닌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

2분기 도매판매 기준으로 현대차의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 7.3%, 기아차는 5% 감소했다. 최근 침체된 중국시장을 제외해도 현대차는 1.1%, 기아차는 1.5%씩 판매량이 줄었다.

후판 고객사인 조선사들은 2018년 대거 수주했던 물량의 건조를 시작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의 발주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업황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1026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2% 줄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상반기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는 점을 들어 적정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광 원재료 가격 상승분은 한 분기 간격을 두고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7월까지 이어졌던 철광석 가격의 고공행진은 두 회사의 3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계약공급물량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2분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줄었다.

포스코의 2019년 2분기 영업이익은 7243억 원, 영업이익률은 9.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11.8%, 영업이익률은 1%포인트 감소했다.

현대제철도 2분기 영업이익 2183억 원, 영업이익률은 4.4%로 2018년 2분기보다 영업이익은 34.7%, 영업이익률은 2.5%포인트 줄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2분기 톤당 평균 65달러로 집계됐지만 올해 2월~3월 브라질과 호주의 광산회사들이 자연재해로 공급에 차질을 빚기 시작한 뒤 공급 감소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 판재제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철강회사와 전방산업 회사들이 조금씩 양보하는 형태로 가격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