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자산운용부문에서 성과를 내 실적 반등을 꾀하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6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자산운용을 통해 투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늘Who] '구원투수' 여승주, 한화생명 실적 위해 자산운용과 씨름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험업황 악화로 보험영업이익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의 비중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운용자산 규모를 키우기 위해 보장성보험 위주의 판매전략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한화생명 운용자산 이익률은 3.31%로 업계 평균 3.64%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 안에서 대표적 재무·금융전문가로 꼽히는 여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2019년 5월 기준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규모는 91조 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삼성생명에 이어 2위다.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규모가 큰 만큼 운용자산 이익률을 조금만 개선해도 투자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여 사장이 자산운용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한화생명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채권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으며 경기둔화 우려를 고려할 때 채권금리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2000년대 초반 높은 고정금리로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데다 국내채권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을 해온 만큼 채권금리 하락은 투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80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어드는 것이다.

자산운용 역량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화생명 주가도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 사장은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주가 부양을 위해 3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화생명 주가는 6일 2325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5250원)과 비교하면 56% 떨어진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2조193억 원으로 줄어들면서 시가총액 순위도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났다. 오렌지라이프보다 시가총액 순위가 낮아졌다. 

한화생명 1분기 매출액은 6조1695억 원으로 오렌지라이프보다 5배가량 많았지만 영업이익은 377억 원으로 오렌지라이프생명의 35% 수준에 불과했다. 

여 사장은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시절 흑자전환을 이끌어 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화생명에서도 실적 반등을 이끌 기대를 받는 이유다.  

2016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을 이끌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여파로 적자를 보던 한화투자증권을 2017년 1분기 흑자로 전환해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만들었다.

여 사장은 올해 3월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한화생명에서도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지 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