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인명사고와 관련해 안고있는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현장 재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엄격해진 상황에서 사고 초반 대처 등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건설, 목동 빗물 배수시설의 인명사고 부담 점점 커져

▲ 7월31일 인명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5일 목동 빗물 배수시설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 2명 등 현장 관리자 4명을 입건한 만큼 폭우가 예정된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한 이유, 사고원인으로 지목되는 수문 개폐 권한 여부 등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가 현대건설을 향하고 있는 만큼 박 사장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말 태안발전소에서 일하던 청년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바라보는 사회적 기준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일어났다.

더군다나 정부는 올해 들어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으로 건설업을 지목하고 건설현장의 안전강화를 주요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4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전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건설현장 감독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5월 이례적으로 10대 건설사 대표들을 건설현장에 불러 모아 현장 간담회를 열고 안전경영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동욱 사장도 이 자리에 참석해 안전수칙 준수 등의 내용을 담은 ‘안전경영 선언문’을 함께 발표했는데 그때 이후 건설현장에서 다수 인원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건설은 다수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만큼 국토교통부가 8월 중순쯤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하반기부터 매달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현재 그 첫 번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목동 빗물배수시설 사고 초반에 현대건설의 미흡한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과 양천구청 측은 사고 당일 수문 개폐 권한을 놓고 설전을 보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작업자들이 지하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배수시설과 지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출입구를 닫은 사실이 드러나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박동욱 사장을 비롯한 현대건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가 우선적으로 직접 사과하거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대기업들이 올해 들어 현장 사고에 재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이번 사고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목소리는 이미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 목동 빗물 배수시설의 인명사고 부담 점점 커져

▲ 안전시민사회연대가 2일 서울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목동 빗물 배수시설 참사는 서울시와 양천구청, 현대건설이 잘못해서 발생한 전형적 인재”라며 2일 서울중앙지검에 박동욱 사장과 김수영 양천구청장 등을 직무유기와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박 사장이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상황에 따라 이번 사건으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의원들은 9월이면 국감증인 신청을 시작하는데 그때까지 책임소재 공방이 이어진다면 국회 차원에서 이번 문제를 따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경찰이 현재 사고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31일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에서는 지하 40m 수로에서 현장점검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2명과 이를 구하려 들어간 현대건설 직원 1명이 빗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