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이 복제약 중심에서 신약 개발로 기업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신약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강화해 유한양행과 같은 조 단위 기술수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영주, 종근당을 복제약 중심에서 신약개발로 기업체질 바꿔내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조 단위의 기술수출에 연이어 성공한 가운데 종근당이 ‘제2의 유한양행’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종근당은 2018년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2018년 임상시험계획 승인결과에 따르면 종근당이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미약품이 14건, CJ헬스케어가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5년을 살펴봐도 종근당이 가장 많은 91건의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임상시험 승인건수는 신약 개발에 제약사가 어느 정도 투자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종근당은 특히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석원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은 매년 매출의 12~15% 수준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도 10% 수준의 자기자본 이익률(ROE)을 유지하고 있다”며 “안정적 재무구조가 연구개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만 하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대규모 기술수출이 기대되는 종근당의 신약 후보물질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가 꼽힌다.

CKD-506은 기존 관절염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신약으로 현재 유럽 5개국에서 임상2a상이 진행되고 있다.

CKD-506은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을 억제해 염증을 줄이고 면역을 조절하는 T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한다. HDAC6을 억제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약은 아직까지 없다.

종근당은 2020년 상반기에 CKD-506 임상2상의 초기결과(탑라인)를 공개한 뒤 기술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CKD-506은 HDAC6 물질만을 억제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심한 기존 경구용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다”며 “화학합성의약품이어서 고가의 바이오의약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근당이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종근당은 복제약 중심의 성장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자 2015년 김영주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스미스클라인, 릴리, 노바티스 글로벌 제약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약사출신이 아닌데다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 인물을 대표로 선임한 것은 당시 종근당 기업문화에서 파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김 사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에서 대형 의약품을 대거 도입하며 종근당의 실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매년 투자를 늘렸다. 

종근당 매출은 2015년 5924억 원에서 2018년 9560억 원으로 증가했다. 연구개발비는 2015년 913억 원에서 2018년 1100억 원로 늘었다.

대형 의약품 도입으로 외형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06은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술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임상결과가 나오면 좋은 소식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