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와 관련해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확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일본 정부가 수출 혜택 우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밝히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 확보망을 점검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대체방안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배터리 소재 대체 확보선 점검하며 '긴장'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업계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배터리산업을 겨냥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보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중에는 분리막, 알루미늄 파우치, 전해액 첨가제와 바인더가 일본제품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분리막은 음극재, 양극재, 전해액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원가의 10~20%를 차지한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통해 분리막을 자체 생산해와 문제가 없다. 반면 LG화학은 주로 일본업체로부터 분리막을 수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분리막시장은 일본 업체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국내배터리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수입액은 모두 1억8천 달러로 일본 업체로부터의 수입액은 83%에 이른다. 
 
LG화학은 일본 수출규제 불안감이 커지면서 최근 일본 업체로부터 받던 물량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업체로 확보처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도 분리막을 구매해왔지만 올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기술 유출을 둘러싼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구매량을 줄였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분리막은 중국 상하이 에너지, 시니어 등이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도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 적용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파악했다. 

분리막 외에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파우치 필름과 전해액 첨가제, 바인더도 일본 의존도가 높아 업계에서는 대체 확보망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인더는 일본이 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공급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면서도 “LG화학도 다른 기초소재사업부에서 바인더를 생산하고 있어 국산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해액 첨가제의 경우 원천기술은 일본업체가 지니고 있지만 제조기술은 한국 중소업체들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유사시 특허권 분쟁을 감수하면 생산이 가능하다.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조업체인 DNP와 쇼와덴코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율촌화학이 파우치 필름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율촌화학은 지금까지 소형전지용 파우치 필름을 주로 생산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파우치 필름의 거래선을 당장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파우치 필름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에 굳이 앞서서 일본 공급사와 긴장관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파우치 필름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미 일본업체와 거래계약을 맺은 만큼 국내에서 공급받을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략상 구체적으로 구매업체를 밝히기 어렵다”며 “배터리 원재료 분야에서 구매처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분리막과 함께 핵심 4대 소재로 꼽히는 음극제, 양극제, 전해액 등은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가 생산기술을 보유하거나 다른 국내외 업체들로 공급망을 넓힌 만큼 일본이 추가 제재에 나서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실제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음극재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 수출규제 이슈로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화학업체들의 소재 사용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며 “한 번 소재가 대체되면 기존 일본 업체들이 누렸던 기득권이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전기차 배터리는 완성차업체와 테스트를 함께 진행하기에 한 번 검증을 마친 소재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검증기간도 길고 엄격해 국산업체나 다른 중견업체들이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높았다.

마찬가지로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 공급 불안정으로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일본 업체의 소재 사용을 줄이거나 바꾸게 되면 반대로 일본 업체들이 다시 납품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며 “원료와 지역 다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립해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