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의 수출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한국-일본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폐기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부의 의견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연장 재검토는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해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재검토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국과 일본이 각자 보유한 2급 이하의 군사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1년마다 효력을 연장하는데 8월24일까지 두 나라 가운데 한 곳이라도 거부 의사를 전하면 연장되지 않는다. 

이 대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로 경제교류를 제대로 안 하면서 군사정보를 교류한다면 말이 되느냐는 주장도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점을 놓고 “경제보복은 보복이고 스포츠 교류는 별개인 만큼 민주당 차원에서 반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일본의 수출통제조치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 경제는 물론 국제 자유무역 질서에도 타격을 주는 만큼 장기화되면 안 된다고 바라봤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소재, 부품, 장비, 인력의 자립도를 높일 대책을 마련하면서 관련된 법과 제도도 정비할 계획도 세웠다. 

민주당 차원에서 2020년 예산에 일본의 수출통제조치에 관련된 예산을 많이 편성하면서 단기·중장기 대책을 같이 마련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긴급 대응국면은 넘어섰지만 일본이 8월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명단)에서 빼는 방안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책을 찾으면서 외교전을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놓고 한반도 평화 자체를 흔드는 일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 사이의 신뢰와 협력 의지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에 침범했고 중국 정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에 진입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협력해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짚으면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대표는 2020년 총선과 관련해 인재영입을 직접 책임지겠다고 했다. 9월경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해 외교와 안보, 소수약자 보호, 장애인, 환경, 경제 등 전문 분야 중심으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민주당의 세력이 비교적 약한 지역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는 “인재를 영입하면 전략지역으로 단수공천을 할 수도 있고 비례대표 출마를 밀어줄 수도 있다”며 “인재 역량과 특성에 따라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를 잘해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공천 방안과 관련해 분야별로 ‘공개 오디션’을 치러 소수 약자가 진출할 길을 열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례대표를 대중적 인기나 지명도만으로 뽑는 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도 보였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공천경쟁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표는 “개인 편향으로 공천이 좌우되지 않도록 관련 규칙을 일찍 확정했다”며 “공천 규칙에 따라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배분으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가운데 전자를 선택한 점을 질문받자 “정치개혁특별위는 잘못하면 늦어질 수 있어 진도 관리를 위해 선택했다”며 “정치개혁특별위의 선거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충분히 논의하되 여야가 협의해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사업으로 ‘광주형 일자리’와 ‘구미형 일자리’에 이어 ‘군산형 일자리’가 추진되는 점을 놓고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자동차 분야 중심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며 “전라북도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SNS로 일본의 수출통제 조치에 관련된 메시지를 보내는 점을 놓고 이 대표는 “조 전 수석의 글은 개인적으로 자기 의견을 올리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그는 “조 전 수석이 장관으로 입각하거나 2020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확실한 건 나도 잘 모른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