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레드카펫’을 깔아줄까?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도와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시민단체 시절 비판에 초점을 맞췄던 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도 현대차그룹이 큰 부분을 맡고 있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긍정적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이규연 기자

곽보현(이하 곽): 지난 시간에는 저희가 김상조 정책실장과 삼성그룹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삼성그룹 하나만 살펴보면 아쉽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규연 기자와 함께 현대차 그룹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상조, 정의선의 경영권 승계에 ‘레드카펫’을 깔아줄까

곽: 김상조 정책실장은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관련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그게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많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규연(이하 이): 공정위원장 시절을 보면 앞으로도 긍정적 발언과 지원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3월에 이사 선임과 배당 등을 놓고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부딪쳤습니다. 

당시 공정위원장이었던 김상조 정책실장은 “현대차는 시장의 평가를 고려해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한 점에서 과거보다 중요한 변화와 진전을 보여줬다”고 힘을 실어줬습니다

곽: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기아차를 되살린 능력에는 시장의 의구심이 거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얘기한 것과는 많이 달라졌죠?
 
이: 김상조 정책실장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003년 현대차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재벌 2세의 불법승계에 제동을 걸 유일한 수단인 현대차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곽: 그때는 굉장히 비판을 많이 했었는데요. 그러나 김상조 정책실장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사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잘한 부분에는 아낌없이 칭찬을 해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김상조 정책실장의 칭찬에는 그런 변화를 다른 기업들이 보고 배워야 한다는 뜻도 담겼습니다. 
 
책임경영을 하는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도 긍정적으로 지원할 것 같습니다. 

이: 하지만 공정위가 5월에 현대글로비스 등의 일 감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한 만큼 현대차가 완전히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곽: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와 일감몰아주기 과제를 아직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정의선과 현대차 그룹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상조, 수소차 정책지원으로 ‘정의선 시대’ 뒷받침할까

곽: 삼성그룹을 이야기할 때 정부의 ‘마중물’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대차 그룹에도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들이 있을까요?
 
이: 이걸 분석하려면 먼저 정의선 현대차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현안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은 수소차가 가장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곽: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정책 전반을 다룹니다. 그리고 정부는 수소차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걸 생각한다면 수소차 지원을 통해 정의선 수석부회장과도 ‘경청하고 협의하는’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실상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에서 현대차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보면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생산능력을 연간 50만 대로 끌어올리는 목표가 있습니다.

곽: 이런 정책은 실제로 수소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수소전기차사업의 실질적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수소차 분야에서는 현대차 그룹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적극 밀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이 임명됐습니다.

앞서 경청과 협의를 약속한 대로라면 수소차와 관련된 규제완화와 수요 지원을 지속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지원사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곽: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연초 각국 정부에 여러 가지 직접적 요청을 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조정하고 수소차의 공공영역 조달 등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방향을 보고 ‘현대차그룹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과거 시민단체 출신인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이: 이 부분이 김상조 정책실장과 현대차그룹의 관계 변화와도 연관됩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2019년 5월 방송에서 “수소전기차 같은 혁신성장산업 분야의 핵심축은 대기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자동차 대표기업인 현대차 그룹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협력유관업체 상생과 일자리 창출의 관건”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곽: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의 김상조는 공정경제에만 신경을 썼겠지만 이제는 정책실장으로서 혁신성장과 경제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점이 김상조 정책실장과 현대차그룹의 관계를 이전보다 더욱 우호적으로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김상조의 유연한 변화 뒤에는 신조와 갈망이 공존 

곽: 김상조 정책실장을 집중분석한 결과를 정리하겠습니다.

이: 김상조 정책실장을 집중분석하고 내린 결론은 ‘유연성’입니다.

이제는 청와대 정책실장에 올라 안 좋은 경제여건 속에서 대기업에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예전에도 위치가 바뀔 때마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겠다고 약속했고 공정위원장 시절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경청과 협의’를 통해 이번에도 유연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봐야겠습니다.

곽: 저는 ‘신조와 갈망’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빌 클린턴은 단순히 색소폰만 불고 성추문을 만든 대통령이 아닙니다.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기 위해 전국 조직과 브레인을 총동원해 10년 뒤 미국의 방향과 정책을 만듭니다. 

그는 2000년 8월1일 민주당의 새로운 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드파크 선언을 내놓습니다. 
 
‘We believe, We believe, We believe’로 계속되는 선언문은 주옥같은 명문에 명쾌함과 단호함과 치밀함과 따뜻함을 담아 미국의 고민과 미래에 관련된 해답을 아주 상세하게 쏟아냅니다. 

‘특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잭슨의 신조와 혁신을 바라는 루즈벨트의 갈망도 담았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대기업의 올바른 구조와 역할에 관련해 굳은 신조를 지니고 니다. 

동시에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하면서 우리사회에 바람직하게 자리잡아 큰 발전을 이끌어 내도록 만들고 싶은 깊은 갈망이 있어 보입니다.

그는 10년 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과연 어떤 선언문을 마음 속에 그리고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해보면서 CEO톡톡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