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매각 주도권을 놓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 사이 팽팽한 기싸움이 벌써부터 감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예비입찰과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도권 놓고 기싸움 시작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예비입찰은 9월, 본입찰은 10월 진행된다. 이르면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본계약 체결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주도권은 금호산업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매각 주도권은 사실상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채권단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박 사장이 공개적으로 이를 반박하면서 앞으로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이날 매각공고가 난 뒤 이례적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처음 결정됐던 4월 이후 언론과 접촉이 거의 없었는데 이날 갑작스럽게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매각 주도권은 금호산업에게 있다”며 “여러 가지 부분에서 우리에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매각이 진행된 건 사실이지만 어찌됐건 사적 거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산업은행에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해석에 선을 긋는 동시에 잠재적 인수후보들에게 구주 가격을 높이 써야 유리하다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금호산업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금호산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은 금호산업이 매각주관사 등과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공식화됐을 때부터 매각을 둘러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의 힘 겨루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이번 매각은 겉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매각주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한 정부 주도로 시작된 만큼 채권단 역시 이번 매각을 챙기고 있다.

금호산업으로선 구주 가격을 높게 받아야 한다. 반면 채권단은 인수자가 구주 가격보다 신주 가격에 더 많은 돈을 쓰길 바라고 있다. 회사에 자금이 투입돼야 결과적으로 채권단도 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여러 차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여러 말을 흘린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기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에 공개적으로 퇴짜를 놓는 등 사실상 주도권을 차지했다. 산업은행이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1조6천억 원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산업은행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지금의 분위기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쪽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매각이 결정된 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금호산업이 받게 되는 구주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수후보로 꼽히는 기업 가운데 일부가 구주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뜻을 전하자 채권단 내부에서 구주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모두 갈등이 확산되는 건 경계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금호산업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독단적인 것은 아니고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 역시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주에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산업은행이 일정에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어떤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도 양쪽 모두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아시아나항공의 미래에 가장 도움이 되는 회사가 매수자로 선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