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루프 파손과 엔진화재 등 과거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미국에서 품질평가 '우수'에도 과거 품질 집단소송은 부담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21일 글래스바이트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은 미국의 한 소비자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선루프 파손 관련 집단소송의 심리를 8월12일 진행한다.

현대차가 집단소송과 관련해 2월 원고측과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는데 이를 확정하기 위한 추가 절차를 밟는 것이다.

이 소송은 2015년 처음 시작된 것으로 한 소비자의 싼타페스포츠에서 두 차례나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사고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후 같은 피해사례를 보고한 다른 소비자들이 모이면서 집단소송이 이뤄졌다.

현대차는 잠정 합의안을 통해 보증기간을 기존보다 2배 늘린 10년 또는 12만 마일로 늘려주기로 원고 측과 합의했다. 차량 수리가 이뤄지는 동안 무상으로 차량을 대여해주기로 했으며 선루프가 깨질 때 차량 안에 타고 있는 운전자나 승객을 대상으로 1인당 200달러를 추가 보상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 판사는 향후 몇 차례 더 심리를 열어 현대차와 원고측이 도출한 잠정 합의안의 내용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최종 확정한다.

현대차로서는 잠정 합의안 마련으로 선루프 집단소송에서 한숨을 돌렸지만 기아차는 상황이 또 다르다.

기아차 역시 옵티마 구매고객에게서 발생한 선루프 파손사고에 따라 2015년 집단소송을 당했다. 현대차처럼 기아차 역시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양측의 의견 조율이 실패하면서 장기 소송전이 예고됐다.

이미 기아차 소비자들은 미국 제6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기아차 선루프 집단소송의 보상금 규모가 현대차의 사례보다 크다는 점에서 소송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아차로서는 소송 추이를 심각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소송이 장기화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사업에서 골치를 아프게 하는 문제는 선루프 소송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엔진화재 논란 역시 2015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미 4월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법인이 판매한 차량 약 300만 대를 대상으로 비충돌 상황에서 발생한 엔진화재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와 뉴욕주 검찰 등도 현대기아차의 엔진결함과 관련한 리콜 과정의 적정성 등을 놓고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로서는 기아차 선루프 집단소송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엔진화재 논란이 언제야 수습될지 알 수 없다.

현대기아차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두 사건 모두 최근 5년 내내 현대기아차의 미국사업에 부담을 줬는데 한동안 이런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터라 이런 악재들이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는 6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제이디파워가 실시한 신차 품질조사에서 1~3위를 석권했다.

이에 앞서 2월 미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컨슈머리포트의 조사에서는 제네시스가 브랜드 2위(전체 브랜드 33개)를, 현대차가 10위를, 기아차가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현대기아차 순위는 바닥권에 머물렀는데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 코나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부문에서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하는 ‘2019 최고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