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라인업 확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독일과 미국, 일본차와 견주어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 현대차 기아차, 미국 판매 증가세 뚜렷

21일 현대차와 기아차에 따르면 두 회사의 미국 판매량이 꾸준한 동반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품질과 SUV로 미국 자동차시장 둔화 이겨내다

▲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상반기 미국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차가 상반기에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모두 34만3335대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5% 늘었다.

기아차도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어난 30만4844대를 판매했다.

월별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개월 연속, 기아차는 9개월 연속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올해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모두 841만7804대다. 2018년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2.1% 줄었다.

북미 자동차시장의 전통적 강자로 꼽혔던 미국과 일본 완성차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나온 성과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미국3사의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각각 4.1%, 4.2%, 1.7%씩 줄었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3사의 판매량도 각각 3.1%, 2.7%, 8.2%씩 후퇴했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의 월별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기준으로 각각 10개월, 7개월, 8개월씩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전통적 강자의 부진 속에 선방하면서 시장 점유율은 덩달아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7% 수준을 유지했으나 1월 6.9%, 2월 7.1%, 3월 7.4%로 개선된 데 이어 2분기에는 평균 8.1%를 보였다.

◆ 미국 고객들, 현대기아차에 후한 평가

현대차와 기아차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SUV 라인업을 대거 확충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와 증권가의 주된 시각이다.

현대차는 2015년만 하더라도 투싼과 싼타페 등 2종의 SUV 라인업을 갖췄지만 현재 코나와 넥쏘, 팰리세이드 등 3종을 추가한 상태다. 기아차 역시 기존 모하비와 스포티지 등의 라인업에 니로와 텔루라이드 등을 포함해 선택지를 넓혔다.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가운데 3대 가운데 2대꼴로 SUV가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기아차의 이런 전략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볼 수 있다.

현대차 미국 법인도 자체분석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 판매된 차량 가운데 SUV 비중이 51%라며 지난해 상반기 44%보다 7%포인트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기업 역시 SUV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선전을 단순히 라인업 확충효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과거 그저 ‘싼 가격에 탈만한 차’라는 인식을 극복하기 시작한 것이 현대기아차 약진의 다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아차의 포르테(한국명 K3)는 미국 자동차 관련 정보와 소비자 평가 등을 제공하는 US뉴스의 ‘베스트 콤팩트세단’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고만고만한 엔진 출력’과 ‘다소 경직된 승차감’이 단점으로 거론됐지만 ‘직관적 기능’과 ‘좋은 연비’, ‘넉넉한 뒷공간’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경쟁차량인 혼다의 시빅과 비교해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점, 안전성이 더욱 높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팰리세이드 역시 미국매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1은 최근 “많은 완성차기업은 기본적으로 고급 3열 크로스오버 SUV에 7만 달러 이상을 요구한다”며 “하지만 브랜드 파워에만 기반해 많은 돈을 지출해서는 안되며 최소한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와 같은 주류 선택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팰리세이드를 중형 SUV시장의 새 대안이 될 모델로 꼽았다.

기아차의 미국 주력모델인 ‘쏘울’은 구매고객들에게 후한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분석 전문사이트 에드먼즈에 올라온 고객 후기들을 보면 ‘쏘울은 게임 체인저와 같은 차’ ‘위대한 소형차, 기아차에게 감사한다’ ‘타협 없는 희귀한 가치를 지닌 차’라는 극찬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