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기업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까?

과거 시민단체 시절 '대기업 저승사자'라고 불렸던 김상조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때부터 유연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경제지표 악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 놓였다. 

이를 고려해 볼 때 김상조 실장은 앞으로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협의하는 데 초점을 맞춰 나갈 것으로 보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이규연 기자

곽보현(이하 곽): 학자이자 시민단체 운동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으로 대기업 관계 어떻게 바꿀까?

곽: 김상조 정책실장은 스스로를 ‘어공’이라고 부릅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시민단체 운동가였다가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올라왔습니다. 

과거 ‘재벌 저격수’로 불렸는데 앞으로는 대기업과 어떤 관계를 이어갈까요? 이는 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왜 임명했는지 해답을 알아내는 길이기도 합니다.  

김상조 정책실장과 대기업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규연(이하 이): 김상조는 정책실장의 역할을 “경청하고 협의하는 자리”라고 정의했습니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대기업과 관계를 맺어나갈 때 경청과 협의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곽: 과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의외의 대답입니다. 왜 그렇게 바뀌었을까요? 

이: 현재 문재인 정부가 펼치는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지금 경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외여건은 불확실하고, 일자리시장은 안 좋고, 믿었던 수출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정책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제조업 르네상스비전’과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에 더해 시스템반도체,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를 3대 핵심 신산업으로 선정해 글로벌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곽: 이 정책 대부분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해 경기 부진에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대 핵심 신산업의 민간 투자 목표치로 잡은 금액만도 180조 원이 넘습니다. 

그게 바로 문재인 정부의 고민과 연결됩니다.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기조를 지키면서도 기업의 주머니를 열어서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얘기를 경청하고 협의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할 과정입니다.
   
그래서 김상조 정책실장이 임명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 물론 김상조 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기 때문에 기존의 정책기조를 완전히 흔들진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불어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그와 대기업의 관계가 바뀐 점을 생각해보면 정책실장이 된 다음엔 기업과 소통을 더욱 잘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곽: 그런 면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통적 경제관료에게 맡기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공정위원장이었을 때도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기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부분으로 시민단체가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상황을 보면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김상조 실장에게도 대기업과 서로 의사소통하고 협의하는 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재벌 채찍 필요’에서 ‘기업 우려할 일 없다’까지, 달라진 김상조의 화법

곽: 김상조 정책실장이 앞으로 대기업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과거 그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말들이 있었죠? 

이: 당장 정책실장이 된 뒤에 한 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정책실장이 돼도 기업이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다. 공정위원장 시절보다 재계와 적극 소통하는 길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공정위원장 시절과 비교해도 대기업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욱 더 유연한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예고한 셈입니다.

곽: 들어보니까 굉장히 우호적 말인데요. 시민단체 운동가 시절에는 어떤 말을 했나요? 

이: 2012년 한겨레 인터뷰에서는 “재벌개혁은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채찍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004년에 했던 말을 살펴보면 “재벌, 즉 자본 파업의 가장 큰 수단은 투자다”며 “투자로 정부의 개혁적 정책을 보수화하려는 의도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곽: 말이 정말 많이 변했네요. 사실 상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기업의 투자까지도 유도해야 합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
 
이: 이럴 때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투머치토커’인 점에 감사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대답이 될 법한 말을 먼저 했습니다.

김 실장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말인 ‘세상이 바뀌면 내 마음도 바뀐다’를 예시로 들면서 “환경이 바뀌면 정책은 거기에 맞게 바뀐다”고 말했습니다.
 
곽: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듣고 보니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시민단체 운동가에서 공정위원장, 그리고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정말 세상이 변화했습니다.

그래서 바뀐 세상에 따라 마음가짐도 바꾸겠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에 따라 정말로 대기업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변화를 위해 정책을 협의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