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KDB인베스트먼트의 공식 출범으로 새로운 최대주주의 지시를 받아 기업가치 강화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강도 높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조직문화 개선 등을 예고했는데 이를 조직 내부에 직접 적용해야 하는 김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오늘Who] 김형, 대우건설 깐깐한 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 '모셔야'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18일 KDB인베스트먼트, 대우건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김 사장은 KDB인베스트먼트의 강도 높은 효율화 작업 방침에 따라 자칫하면 최대주주와 내부 조직원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7일 공식출범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의 매각기간을 못박지 않았지만 체질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효율화 작업을 예고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본부별로 독립성을 강화하는 독립채산제, 본부별로 이익을 공유하는 이익공유제 등의 도입을 김형 사장에게 제안했다고도 했다.

KDB인베트스먼트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로 효율화작업 전면에 나선 셈인데 우선적으로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해 3명의 직원을 대우건설에 보낸다고 하는데 지금껏 산업은행이 해온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일방적 소통으로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우건설이 현재 상황에 이른 데는 2010년부터 최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해 온 산업은행의 책임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대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의 문제점으로 과거 재벌 계열사의 속성이 남아 있는 조직문화를 꼽으며 내부 조직원의 변화를 압박했다.

노조는 이미 지난주 ‘경영간섭 전문 산업은행, 자회사 통한 책임회피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산업은행이 과거와 같이 경영간섭을 일삼고 낙하산 인사를 단행한다면 노동조합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한 만큼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대현 대표가 김형 사장에게 제안한 본부별 독립채산제와 이익공유제 도입도 조직 구성원들에게 설득력을 지니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독립채산제와 이익공유제는 사업본부별로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 성과 이익과 손실 부담을 전체 회사가 아닌 각 본부별로 지도록 하는 제도다.

본부별 경쟁을 강화해 회사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내수시장과 변동성 큰 해외시장을 지닌 국내 건설산업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외국 건설사와 달리 대부분 토목, 주택, 건축, 플랜트 등을 함께 하는 종합건설사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쪽 부문의 손실을 다른 부문의 이익으로 메우는 방식으로 경기 사이클에 대응하며 지속성장했다.

더군다나 대우건설은 이미 본부별로 예산을 따로 편성하고 성과급을 별도로 지급하는 등 낮은 단계의 독립채산제와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현재 상황에서 독립채산제와 이익공유제를 더욱 강화한다면 자칫 주택건축사업에만 앞으로 집중할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주택건축, 플랜트, 토목 등 크게 3개 사업본부로 구성돼 있는데 주택건축사업본부는 2018년 기준 전체 영업이익에 120% 기여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287억 원을 냈는데 주택건축사업본부가 7555억 원을 담당했고 다른 사업본부는 영업손실을 봤다.
 
[오늘Who] 김형, 대우건설 깐깐한 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 '모셔야'

▲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껏 대우건설의 부진을 이끈 프로젝트나 플랜트사업은 대부분 의욕만 앞서 진행된 사업”이라며 “대우건설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잘하는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주택건축사업본부에 이익을 사실상 전부 의존하는 상황에서 독립채산제와 이익공유제를 더욱 강화한다면 다른 본부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1분기 기준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와 토목사업본부에는 전체 직원의 40%인 2121명이 일하고 있다.

김형 사장은 지난해 초 대우건설의 호반건설로 매각작업이 무산된 뒤 기업가치를 높일 적임자로 꼽혀 2018년 6월 대우건설 대표에 올랐다.

대우건설 사장 취임 뒤 지금껏 자율경영을 보장받아 1년 넘게 조직을 이끌어 왔다. 올해 들어 주택매출 감소로 실적이 후퇴하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산업은행 인수 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은 언제나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효율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먼저 제시하고 구성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앞으로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KDB인베트스트먼트의 기자회견은 기업가치를 강화한다는 전체적 방향성을 설명하는 자리로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효율성 강화와 관련해 전달받은 구체적 안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