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카드. 연회비 250만 원. 15년 동안 회원 한분 한분이 가입하실 때마다 한 번도 흐트러짐 없이 협의와 숙고를 거쳤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현대카드 ‘더 블랙’의 새로운 패키지를 소개하며 올린 글이다.
 
[오늘Who] 정태영, 현대카드 프리미엄카드에 브랜드 자부심 지키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16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7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더 블랙, 더 퍼플, 더 레드의 새 패키지 사진을 직접 페이스북에 올리며 애정을 보였다.

특히 더 블랙의 사진을 올리며 내건 문구에서 정 부회장의 더 블랙을 향한 자긍심과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더 블랙은 현대카드의 자존심이다. 

현대카드 더 블랙(더 블랙 에디션2)의 연회비는 250만 원으로 우리나라 카드사의 모든 VVIP 카드 가운데 가장 비싸다.

삼성카드의 ‘라움 오’, KB국민카드의 ‘탠텀’, 하나카드의 ‘클럽1’ 등의 연회비는 모두 200만 원이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의 VVIP 카드는 연회비가 100만 원이다.

더 블랙은 발급조건도 무척 까다롭다. 초청을 받아야만 카드를 만들 수 있는데 정태영 부회장을 비롯해 8명으로 이뤄진 ‘더 블랙 커미티’(the Black Committee)의 심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승인될 때만 초청이 이뤄진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단순히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갖춘 사람만 초청을 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는 2005년에 국내 카드사 가운데 처음으로 VVIP 카드인 더 블랙을 내놓았다. 당시 카드에 고유번호를 새겼는데 1번의 주인공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9999장까지만 발급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정 부회장의 카드 번호는 9999번으로 정했다.

카드사에게 사실 VVIP 카드는 그리 수익성이 좋은 상품은 아니다.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공개된 혜택을 제외하고 은밀하게 제공되는 혜택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VVIP 카드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가운데 VVIP 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케팅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현대카드의 더 블랙은 일반인 사이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고 가수 ‘지드래곤’이 지은 노래 가사에도 “내 카드는 블랙, 무한대로 싹 긁어버려”라는 문구가 등장할 정도로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더 블랙이 VVIP 카드 가운데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갖추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현대카드는 2017년 6월 기존 더 블랙을 단종하는 대신 더 블랙 에디션2를 내놓으면서 연회비도 삼성카드, KB국민카드의 VVIP 카드와 같던 200만 원에서 50만 원이나 올렸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정 부회장의 뚝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현대카드가 처음 더 블랙을 출시한 뒤 국내 카드사들이 이를 따라 줄줄이 VVIP 카드를 내놓으면서 더 블랙의 브랜드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늘Who] 정태영, 현대카드 프리미엄카드에 브랜드 자부심 지키다

정태영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현대카드 '더 블랙'의 '더 북'.


정 부회장은 국내 카드사를 이끄는 경영인 가운데 유일한 오너경영인이다.

오너경영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정 부회장이 지닌 가장 큰 경쟁력이다.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더 블랙의 회원 심사에까지 일일이 참여하며 브랜드 관리에 공을 들였다.

다만 이런 프리미엄 전략은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다. 카드사 배는 서민들이 불려주고 혜택은 부자들이 누린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사를 둘러싼 영업환경도 과거와 달라졌다. 카드수수료가 매년 뒷걸음질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브랜드 가치만으로는 승부를 내기 어렵다.

정 부회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현대카드는 4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선포하고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은 ‘브랜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가 현대카드를 키운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여전히 슈퍼콘서트에 초청할 가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나 ‘가파도 프로젝트’ 등 카드사가 왜 하느냐는 말을 들을 만한 일에 공을 들이는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카드는 앞으로 프리미엄카드 라인인 ‘더 블랙’, ‘더 퍼플’, ‘더 레드’를 새롭게 신청한 고객에게 상품설명서, 약관 등과 함께 각 상품별 ‘더 북’(the Book)이 포함된 새로운 패키지를 제공한다. 

카드 패키지 개봉을 고객과 카드사가 처음 만나는 순간으로 정의했다. 책을 콘셉트로 선정한 이유를 놓고는 시대를 초월한 특유의 가치를 지닌 책을 통해 새롭게 프리미엄의 가치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