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향한 압박 수위는 높아졌지만 국내 통화정책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놓고 7월까지 관망한 뒤 결단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16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은행은 18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8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할 가능성이 크다.

5월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 한 명에 그쳤던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신인철 위원까지 두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상황은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단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주요 산업소재를 대상으로 수출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의 주요 산업소재 수출규제 강화로 한국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이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춘 2.4~2.5%로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도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하향 조정된 경제성장 전망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사실상 7월 기준금리 인하의 뜻을 밝히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총재가 구체적으로 언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지를 놓고는 다소 전망이 엇갈린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바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로 호주 등 신흥국들도 통화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은행의 경제전망도 0.2%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7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제적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확인한 뒤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30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6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긍정적으로 발표됐고 시장의 쏠림을 우려한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의 발언도 엇갈리고 있다”며 “지금까지 미국보다 먼저 통화정책 결정을 조정한 적이 없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서는 연방준비제도의 태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내 통화정책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연 1.75%는 미국의 기준금리 연 2.25~2.50%보다 낮다. 지난해 3월부터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상황이 1년 넘게 이어져 왔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도 미국 기준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0.75%포인트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먼저 기준금리를 내리면 금리차이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통화정책 여력도 없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기준금리인 연 1.25%와 0.50%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앞으로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낮추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이 총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성급하게 결정해 운신의 폭을 좁히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을 놓고 6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를 보면 통화정책의 여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많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 역시 이 총재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고민을 안길 대목이다. 

김 연구원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가계부채 및 금융안정과 관련된 금융통화위원들의 우려가 여전했던 점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