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대속도가 수소차의 보급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의 생산과 판매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운전자들은 수소 충전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어 현대차는 머리가 아프게 됐다.

◆ “서울 양재에서 수소차 충전하려면 3시간 걸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재에 위치한 현대차 양재수소충전소가 22일부터 수소차 충전을 위한 압력을 기존 700바에서 350바로 낮추기로 했다.
 
현대차, 수소차 '넥쏘' 판매속도 못 따라잡는 충전인프라에 머리 아파

▲ 서울 양재수소충전소 전경.


양재수소충전소 관계자는 “최근 수소차 충전차량이 집중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를 단축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충전 압력을 낮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양재수소충전소를 찾은 수소차 운전자들이 오랜 충전 대기시간에 항의하며 민원을 넣자 서울시가 충전 압력을 낮추도록 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충전 압력을 절반으로 낮추면 수소 충전에 드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은 현재로서는 미정이다.

압력을 낮추는 조치가 대기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고 하지만 이에 따른 불만도 상당하다. 한번 충전 때 최대 주행거리 역시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넥쏘의 최대 주행거리는 제원상으로는 609km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소차는 일부 수소버스를 제외하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넥쏘’가 유일하다. 넥쏘의 수소저장 용량은 제원상 6.33kg인데 700바의 기업으로 5kg가량을 충전한다고 가정할 때 5분이면 충전이 끝난다.

하지만 실제 수소충전소에서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충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론상으로는 한 시간에 12대도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3~5대를 소화하기도 버거워 보인다고 넥쏘 운전자들은 말한다.

연속으로 많은 차량을 충전하게 되면 수소압축기의 고압을 유지하도록 조치하는 데 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넥쏘 운전자들이 양재수소충전소를 이용한 뒤 올린 여러 영상 등을 살펴보면 충전에만 20분 넘게 걸리는 경우가 제법 많다.

최근 넥쏘 판매가 빨라지면서 이런 장시간 충전 대기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5분 충전하러 충전소에 들렸다가 평균 3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고 불평하는 이용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 넥쏘 판매속도 따라잡지 못하는 인프라 구축속도

최근 넥쏘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수소 충전을 둘러싼 고객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상반기에 판매한 넥쏘는 모두 1546대다. 1~2월에 93대 판매됐지만 3월에 151대로 늘어난 데 이어 2분기에는 월 평균 434대씩 팔렸다.
 
현대차, 수소차 '넥쏘' 판매속도 못 따라잡는 충전인프라에 머리 아파

▲ 현대자동차 '넥쏘'.


지난해 판매량과 비교할 때 올해 상반기에 팔린 넥쏘가 이미 2배 이상 많다.

하지만 수소충전소 설립속도가 차량 보급속도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충전소에 과부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넥쏘를 완전히 충전하려면 설계상 700바의 압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수소충전소 2곳(상암, 양재) 가운데 700바 압력을 제공하는 곳은 양재가 유일하다.

안정적 운행을 위해 가득 충전하려는 넥쏘 운전자들이 양재수소충전소에 몰리다 보니 필연적으로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와 현대차의 노력으로 수소충전소가 전국 곳곳에 세워지고 있으나 판매속도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넥쏘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현대차의 인프라 구축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놓고 "수소차를 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을 벗어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소충전소는 현재 양재와 상암을 제외하면 4월에 개장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양방향(2곳)과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강릉 방향) 등 3곳에 불과하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충전을 위해 적어도 왕복 100km가 넘는 안성휴게소나 여주휴게소를 이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집중된 수도권에 수소충전소 인프라 보급이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소인프라 구축 문제가 불거질수록 넥쏘 판매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어 현대차로서도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5월 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수소충전소 착공식’이 열려 8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고 서울 강동구 GS칼텍스 상일충전소에도 9월 말에는 수소충전소가 들어선다. 인천 남동구 SK가스 논현충전소에도 도심형 수소충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로만 급증하는 수소차 충전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심형 수소충전소 건설을 서두르고 기술 개발을 통해 시간당 소화 가능한 충전차량 대수를 늘려가야 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도심형 수소충전소인 국회 충전소사업을 승인한 만큼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이런 움직임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