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이 그룹 재건을 목표로 이름을 바꾸고 2년 가까이 노력하고 있지만 또 다시 불거진 김준기 전 회장의 성추문에 곤혹스러워졌다.

구조조정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48년 동안 사용해온 그룹 이름까지 바꿨지만 창업주를 둘러싼 구설수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 김준기의 연이은 '성추문', DB그룹 재건 노력에 찬물 끼얹어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준기 전 회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DB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데 이어 또 다시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대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DB그룹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혐의를 받자 그룹에 피해를 줄 수 없다며 회장에서 물러났는데 2018년 1월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DB그룹은 2017년 10월 그룹 이름을 ‘동부’에서 ‘DB’로 이름을 바꾸며 구조조정과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새 출발하려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불거진 김 전 회장의 비서 성추행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DB그룹은 한때 재계순위 10위권을 넘보는 그룹이었지만 2013년부터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그룹규모가 현재 재계순위 3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계열사 수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개인적 문제로 회사에 짐이 돼서는 안 된다”며 회장에서 물러나고 그룹 재건을 산업은행 총재와 금융감독원장 등을 지낸 이근영 회장에게 맡겼지만 새로운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 다시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DB그룹으로선 재도약을 위해 48년 동안 써왔던 ‘동부’를 버리는 과감한 결단을 했으나 창업주의 잇단 구설수에 2년째 곤혹을 치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근영 회장은 올해 창업 50주년을 맞이해 “1969년 창업된 뒤 후발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자 정신과 열정으로 오늘의 DB그룹을 이룩한 도전과 혁신의 DNA를 다시 살려 100년 기업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자”고 말했지만 이 말이 무색해졌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2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계속 미국에 체류하고 있어 수사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은 두 사건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외교부와 공조해 김 전 회장 여권을 회수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김 전 회장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룹에 끼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상당하다.

장남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이근영 회장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일하고 있으며 김 전 회장과 김 부사장은 나란히 DB그룹 핵심 계열사의 1대, 2대 주주자리에 올라있다.

지분을 살펴보면 김 부사장은 DB손해보험 지분 8.3%, DB lnc 지분 16.83%를 보유해 각 회사의 1대 주주이고 김 전 회장은 DB손해보험 지분 6.65%, DB lnc 지분 11.2%를 소유하고 있다.

DB그룹은 금융계열사와 제조업계열사를 두 축으로 삼고 있는데 DB손해보험과 DB lcn를 정점으로 아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잇단 ‘성추문’에도 수사를 제대로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그룹 재도약을 목표로 새로 만든 ‘DB’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

특히 DB그룹은 금융 계열사가 그룹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하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따른 타격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 

금융업은 특성상 브랜드에서 고객이 느끼는 신뢰성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DB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이름을 바꾼 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방송 등을 통해 대규모 브랜드 광고를 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 최근 한진그룹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너일가의 ‘그릇된 행태’가 회사 경영권에 끼치는 직·간접적 후폭풍도 상당하다.

개인적 문제로 회사에 짐이 되지 않겠다던 스스로의 다짐을 지키려면 김 전 회장이 귀국해 수사를 성실히 받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만 24세에 DB그룹의 전신인 미륭건설을 창업한 뒤 10년 만에 30대 그룹으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하지만 성추행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뒤 수사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