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GS에너지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수직계열화 구축

▲ 15일 서울 잠실 롯데 시그니엘 서울에서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의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GS에너지와 손잡고 폴리카보네이트의 원재료인 비스페놀A 생산시설을 만든다.

폴리카보네이트(PC)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하나로 전기차나 수소차의 경량화 소재로 쓰여 성장 잠재력이 큰 소재인데 롯데케미칼은 폴리카보네이트 증설에 맞춰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비스페놀A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15일 GS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8천억 원을 투자해 비스페놀A와 C4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2022년 생산설비가 완공되면 합작법인은 연간 20만톤의 비스페놀A를 생산하게 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C4유분 제품 생산시설이 기존 설비를 증설하는 개념이라면 비스페놀A 생산시설은 처음 짓는다”면서 “GS에너지에서 원료를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기에 서로 장점을 제휴하는 차원에서의 합작”이라고 설명했다. 

비스페놀A는 페놀과 아세톤을 촉매반응시켜 만들어지는 백색 고체로 페놀과 아세톤은 프로필렌과 벤젠을 재료로 만들어진다. GS에너지는 프로필렌과 벤젠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전기, 전자제품, 의료용 기구, 핸드폰 및 IT외장재 등에 쓰인다. 특히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경량화용 소재로 쓰이는데 최근 전기차나 수소차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수요가 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비스페놀A의 직접 생산에 나선 것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수요 증가에 맞춰 폴리카보네이트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어 원료 수급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부터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여수산업단지에서 폴리카보네이트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연간 11만톤 생산규모를 증설해 완공되면 현재 생산능력 37만3천 톤에서 48만3천 톤으로 늘어난다.

연간 17만 톤을 생산하는 LG화학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이번 증설로 연간 2900억 원의 매출이 늘어나는 데 더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원가 경쟁력도 더 높일 수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가전제품과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 폴리카보네이트 수요도 늘어난다”며 “폴리카보네이트는 규모의 경제 전략으로 많이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폴리카보네이트의 글로벌 수요 중 4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시장은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폴리카보네이트 증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원재료인 비스페놀A의 증설은 이를 따라집지 못해 수급 불균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비스페놀A를 외부에서 수급해왔다”며 “비스페놀A를 자체 생산하게 되면 폴리카보네이트 생산까지 생산라인의 수직계열화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게 된다”고 기대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2019년까지 58만 톤의 글로벌 증설이 예정돼있지만 비스페놀 A의 증설은 7만 5천 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및 글로벌시장에서 폴리카보네이트가 증설 계획이 있지만 이와 비교해 비스페놀A의 증설은 현저히 부족하다”며 “구조적으로 페놀과 비스페놀A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중국 정부의 소비진작책으로 자동차와 가전제품 수요가 정상화될 것”이라며 “비스페놀A의 시황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