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산통' 끝에 마침내 출범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조직의 명칭부터 직무범위, 예산까지 '손질'을 한 탓에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적 시선이 늘고 있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어렵게 첫 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과제 남겨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로고.


10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예산안이 의결되면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다음주 중 검찰 지명절차가 마무리 되면 15~16일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특별사법경찰 예산안이 의결되는 순간까지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느라 금융위 정례회의에 불참하면서도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해 생각을 밝혔다.

특별사법경찰 출범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을 빚어온 점과 관련해 거침없이 금감원을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규정안이 규정예고라는 명목으로 금감원 홈페이지에 게시돼 큰 혼란을 일으키고 기관 사이 대립으로 비치게 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며 “앞으로 두 기관은 이런 점에 각별히 유의해 정책을 마련하고 유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5월에 금융위의 주장과 다른 내용의 특별사법경찰 집무규칙을 예고했던 일을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가며 짚고 넘어간 것이다.

금융위는 특별사법경찰 출범 과정에서 다양한 안건을 놓고 갈등을 빚었지만 대부분 금융위의 의견을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

갈등의 주요 쟁점이었던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직무범위는 금융위의 뜻대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선정한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한정됐다.

예산안 역시 특별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금감원의 예비비를 사용하기로 결정됐다. 금감원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 예산보다 삭감된 예산인데다 특별사법경찰의 출범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위는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운영과 관련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의 뜻과 다른 것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조직의 출범 자체와 업무공간이 금감원 본원 건물 안에 마련된다는 것 정도다.

금융위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이 과연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놓고 벌써부터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두 기관의 역할이 태생적으로 다른 만큼 그에 맞는 역할이 배분돼야 하고, 업무영역이 겹쳐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을 견제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출범을 원치 않았던 주요 원인으로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이 꼽힌다.

금융위는 정책기관인데도 자본시장조사단이라는 조사조직을 거느리면서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자본시장조사국과 경쟁구도에 놓여 있다. 여기에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까지 출범하게 되면 자본시장 범죄의 처리와 관련해 금감원에 주도권이 더욱 넘어갈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2013년 출범 당시부터 금감원과 업무영역이 겹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한국의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번에 처음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많은 학자들이 꾸준히 비판해 왔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