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보툴리눔톡신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너무 서둘렀던 것이 문제였을까?  

정 대표는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톡신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 점유율 1위 회사로 메디톡스를 키웠지만 뒤늦게 개발 과정에서 불법유통 의혹이 불거져 궁지에 몰려 있다.
 
[오늘Who] 정현호, 메디톡스 '국내 최초' 집착의 호된 대가로 궁지에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스가 개발한  보톨리눔톡신 제품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기 전에 불법으로 유통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하면서 정 대표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했다.

그 결과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앨러간의 ‘보톡스’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을 이끄는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당시 보툴리눔톡신을 국내 최초로 만들어내는 데만 집착한 나머지 제대로 된 절차와 안전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상업화에만 몰두했던 데서 이번 사태가 비롯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메디톡스의  보톨리눔톡신 불법유통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KBS는 10일 메디톡스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임상 단계에서 114병의 메디톡신을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10곳의 병원에 유통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메디톡스는 기준치 이상 오염원이 검출된 시설에서 메디톡신을 생산했고 약효가 불안정한 제품은 폐기하지 않은 채 정상 제품으로 뒤바꿔 국내외에 유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JTBC는 5월 메디톡스가 불량으로 폐기된 메디톡신 1만6천 개의 제품번호를 정상 제품번호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도 제품으로 만들어 일부를 국내외에 유통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초창기 바이오업계가 개발에만 집착해 법과 제도는 무시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려 했던 풍토에서 이런 불법유통 논란이 비롯됐다고 본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 바이오업계에서는 메디톡스와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방송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메디톡신 논란은 과거의 일이고 현재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제품을 처음 개발한 입장에서 약효를 알고 싶어 약품을 병원에 전달해 관계자가 투약한 것이라서 ‘유통’으로 이득을 취한 것은 아니다”며 “자료의 보존기한이 7년이라 당시 자료는 폐기돼 확인이 불가능하나 회사에 남아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의약품의 제조와 생산은 시험기준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서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관련 사안으로 메디톡스는 두 차례 조사를 받고 식약처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의약품 품질에 어떠한 문제가 없으며 식약처의 조사 결과에 따라 모든 책임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메디톡스의 산적한 현안을 풀고 떨어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직접 이번 사안에 정확하게 해명하고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메디톡스 주가는 52주 만에 신저가를 찍으며 불과 1년 만에 81만 원에 매매되던 주식이 39만 원대로 추락했다.

대웅제약과 벌이고 있는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분쟁도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내 법원에서 분쟁 해결의 분수령이 될 균주 포자의 감정이 시작됐지만 1심 소송의 결과가 올해 하반기는 돼야 끝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지루한 법적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메디톡스는 올해 중국에서 보툴리눔톡신의 판매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허가심사가 중지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살만큼 심사가 더딘 상황에 있다.

정 대표가 문제가 되고 있는 보툴리눔톡신 불법유통 의혹을 풀지 않으면 앞으로의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보툴리눔톡신과 관련된 논란과 분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메디톡스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