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이 신약 기술이전으로 새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사장은 신약 개발을 실적 개선으로 연결해 해외 도입품목으로 대부분의 매출을 낸다는 오랜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신약 기술이전 성과 계속 내 유한양행 체질개선 성공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뒤늦게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독보적 연구개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한양행은 최근 8개월 동안 대규모 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3건이나 체결했다.

2018년 11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약 1조4030억 원에 기술수출했고 올해 1월에는 길리어드사이언스에 약 8823억 원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물질이름 미정)를 기술이전했다.

여기에 올해 6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YH25724를 1조50억 원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계약 3개를 합치면 3조 원 규모를 넘어선다.

기술수출에 힘입어 유한양행 주가는 2018년 11월5일 얀센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 전날 17만 원이었으나 11일 현재 23만500원으로 약 35%나 뛰었다.

유한양행은 기술수출에 성공한 레이저티닙, YH25724 등의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0년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만 약 550억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약 개발을 통해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최초의 국내 제약회사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회사들이 신약 기술수출을 통해 내는 수익규모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유한양행의 경쟁업체이자 국내 신약개발의 선두주자인 한미약품도 2017년 단계별 기술료로 210억 원을, 2018년 57억 원을 받는 데 그쳤다.

통상적으로 계약금으로는 전체 기술수출료의 10% 정도만 받고 나머지는 임상 진전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규모가 크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대규모 단계별 기술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물질은 레이저티닙이다. 얀센이 이중항체와 레이저티닙의 병용투여 임상2상에 진입하면 유한양행은 400억 원을 받을 수 있다. 레이저티닙의 병용입상은 2020년 상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연구개발(R&D) 성과가 단계별 수수료 수취로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으로 직접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개발 성과로 실적개선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유한양행이 정착하면 기술이전에 관한 시장의 관점도 호의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한양행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1위 제약회사지만 자체개발약보다 해외 의약품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6년 유한양행 도입품목 비중은 전체 매출의 75.5%에 이르렀다.

이정희 사장은 2015년부터 유한양행을 이끌며 매출 대부분을 도입품목에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유한양행의 연구개발 투자금액은 2014년 580억 원에서 2018년 1100억 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최대 1700억 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유한양행은 대규모 기술수출에 연이어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사장은 앞으로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계속해서 추가해 기술수출을 유한양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구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수출이 이뤄지더라도 약물의 효능이 기대에 못 미치면 기술반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그동안 신약 연구개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투자 확대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짧은 시간에 신약개발업체로 도약하고 있다”며 “최근 3번의 기술수출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