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아모레퍼시픽 실적 부진을 만회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서 회장은 ‘팬덤 문화’로 충성고객을 확보해 중저가 화장품에서 다른 화장품과 차별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실적 회복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Who]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팬덤 문화' 만들어 돌파구 찾을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9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7월 아모레퍼시픽을 놓고 리포트를 발표한 증권사 6곳 가운데 4곳이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크게 낮춰 잡았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2분기 시장 기대치보다 밑도는 실적을 냈을 것”이라며 “중국사업에서 주요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의 부진으로 전체 성장률이 저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사업에서 고가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와 ‘헤라’ 매출은 증가세를 이어가지만 중국사업의 또다른 핵심인 이니스프리의 고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사업에서 고급 화장품인 설화수와 헤라의 매출 비중은 20%, 이니스프리의 매출 비중은 45%를 차지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니스프리의 실적 반등을 위해 브랜드 로고를 바꾸고 올해 4월부터 매장 재단장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서울 강남 이니스프리 매장을 재단장했다”며 “올해 베이징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거점 매장을 중심으로 재단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서 회장은 이니스프리 매장을 재단장하면서 단순한 상품 재배치에 그치지 않고 이니스프리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7월 정기 조회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은 자발적 팬덤인 '아미'의 힘이 크다”라면서 “우리도 기회를 잡으려면 브랜드보다 팬덤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직원들에게 "팬덤의 출발은 스토리"라며 "스토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충성고객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 콘셉트로 중국 화장품시장에 안착했지만 최근 자연당, 이노허브, 허보리스 등 이니스프리처럼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한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 현지 화장품회사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심화했다”며 “이니스프리의  자연주의 콘셉트가 중국에서 희소성을 잃었다”고 바라봤다.

서 회장은 중국에서 이니스프리가 여전히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부터 중국 중소도시인 3~4선 도시까지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서 회장은 이런 공격적 출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팬덤 문화를 창출해야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은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니스프리에서 매장 재단장 이외에 소비자로 하여금 이니스프리를 구매하고 싶은 보다 강한 소구점 전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서 회장의 충성고객 확보 전략이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에 이야기를 입히고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명품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통한 팬덤 확보는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면서도 "패션에 있는 명품처럼 화장품에서도 이런 이미지를 다진다면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