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이동걸, 아시아나항공 ‘통매각’ 원칙 왜 고수할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통매각이 원칙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한꺼번에 매각해야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는 물론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격화를 앞두고 시장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분리매각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사를 밝히는 곳이 나타나지 않은 데다 3개나 되는 항공사를 한꺼번에 인수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바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에어부산 주가는 분리매각 기대감에 3거래일 동안 20% 이상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구 위원장은 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분리매각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걸 회장도 비슷한 시기 언론과 인터뷰에서 “통매각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처음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한 기업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 회사를 모두 인수해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매각가격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매각이 결정된 직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생각한 구도에서 만든 것으로 판단했기에 가능하면 일괄매각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과 이 회장이 입을 모아 일괄매각을 강조하는 배경으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경쟁력 역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대형항공사라는 점에서 항공업계 양강으로 불리긴 했지만 사실상 대한항공의 독점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두 회사의 규모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 및 항공기 보유대수 격차는 2배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대한항공을 충분히 견제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3개 항공사가 각각 다른 주인에게 넘어가면 대한항공의 독주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이 최근 몇 년 동안 오너리스크를 비롯해 숱한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점을 볼 때 대한항공의 절대 우위가 지속되면 국내 항공산업 역시 흔들릴 수 있다.

더욱이 국내 항공산업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현재 국내에 대형항공사 2개, 저비용항공사 6개를 더해 모두 8개의 항공사가 있는데 올해 안에 최대 11개로 늘어난다. 

정부 쪽에서도 ‘대한항공+진에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의 조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대주주 문제로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자금력과 운영능력이 충분한 새 주인을 만나면 '대한항공+진에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매각을 향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압박하고 결국 매각결정을 이끌어낸 배경을 놓고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산업은행이 박 전 회장이 요청한 5천억 원보다 3배 이상 많은 1조6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점을 놓고도 그만큼 매각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이미 SK그룹을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점찍었다는 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다들 눈치 게임 중일 것으로 본다”며 “먼저 찔러보고 다니면 사는 쪽에서 배짱을 부리지 않겠나”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최 위원장과 이 회장 모두 분리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협의에 따라 방식을 바꿀 여지가 열려 있다고 말했고 최 위원장 역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보완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