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앞두고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사이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양쪽 모두 매각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측면도 있어 매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앞서 산업은행 금호산업 갈등 수면 위로 떠오르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본격적 매각을 앞두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개입 강도가 높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이 매각 주도권을 쥐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하는 기업들은 금호산업이 아닌 채권단의 의향을 살피게 되고 그럴수록 금호산업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인수후보의 요건 등을 놓고 일종의 매각 가이드라인을 만들자 금호산업이 이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도 나왔다.

금호산업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양쪽의 갈등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인수후보 요건 등을 확정해 매각공고를 내고 그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는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다. 매각 과정 전반을 놓고 주도권을 금호산업이 쥐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매각이 처음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한 정부 주도로 시작된 만큼 채권단 역시 이번 매각을 챙기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매각주체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지만 채권단도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뒀다”며 “(자신이) 매각 태스크포스팀(TFT) 팀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호산업은 산업은행 쪽에서 매각과 관련해 목소리를 크게 낼수록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주도의 매각이라는 점에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내정설 등을 이유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입찰에서 인수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유찰 등을 거쳐 매각 과정이 길어질수록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어렵게 대주주를 내몬 만큼 기존 대주주를 뛰어넘는 자본력은 물론 경영능력도 갖춘 대기업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데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를 까다롭게 따지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인수전 흥행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이미 SK그룹을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점찍었다는 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SK그룹이 바로 인수전에 참가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떠밀려 참가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명분이 충분히 쌓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매각이 계속 무산되면 매각 주도권은 공식적으로 산업은행 쪽에 넘어간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예상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영구채 매입을 통해 5천억 원을 지원하는데 1년 뒤부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포함)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23%가 돼 주요주주로 올라선다.

금호산업은 이번에 구주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아야 한다. 특히 그룹의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내는 만큼 매각대금을 최대한 많이 쥐어야 앞으로 신사업 진출을 비롯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반면 채권단 쪽에서는 구주보다는 신주 가격을 높게 칠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주인을 찾아준다는 명분으로 매각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보다는 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자금력과 의지,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는 곳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구주 가격이 비싸질수록 아시아나항공을 지금의 사태에 이르게 만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아진다는 점 역시 채권단과 일부 인수후보 사이에서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각에서는 결국 박 전 회장이 숨은 승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이 시작되면 구주와 신주 가격 등을 놓고 본격적으로 의견차이가 생길 것”이라며 “채권단과 금호산업 모두가 양보할 수 없는 만큼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