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생산직으로 직군전환을 신청했던 판매와 정비직 직원들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업무 인수인계, 주거지 확보, 자녀 전학 등 생산직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에서 예정된 인사발령이 보류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기아차 '직군전환 잠정 보류'에 생산직으로 옮기려던 영업직 '분통'

▲ 기아자동차 한 대리점 모습. <연합뉴스>


5일 기아차 노사에 따르면 7월부터 직군전환 희망자를 새 직군에 배치하려던 계획이 최근 잠정적으로 보류됐다.

기아차 노사는 2018년 열린 고용안정위원회에 부의된 안건에 따라 직군전환 문제를 논의했다.

직군전환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노조의 의견을 회사가 받아들여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직군전환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신청을 받았고 서류전형과 1차 면접, 신체검사가 진행됐다.

6월25일경에는 2차 면접이 이뤄졌고 직군전환에 대한 처우 협의와 면담이 모두 이뤄졌다. 직군전환 동의서 작성까지 마쳤다.

직군전환 신청자들에 따르면 6월28일 인사발령이 나는 것으로 예고됐고 7월1일부터 새 직군에 배치돼 일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6월27일 열린 노사의 임금협약 4차교섭에서 틀어졌다.

노조는 당시 교섭에서 직군전환과 관련해 “많은 인원의 일시적 직군전환은 기아차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직군전환을 할 때는 1대 1 전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인사발령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직군전환을 반대했다.

기아차는 “직군전환은 회사가 강제해 시행하는 것이 아니로 조합원 스스로 고충을 처리하는 차원에서 신청하는 것”이라며 “향후 개인 희망과 전반적 요건을 고려해 직군전환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사실상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직군전환은 노조가 전환을 희망하는 직원들로부터 고충처리를 받으면 이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지원자를 받아 면접 등을 진행한 뒤 인사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최종 명단을 사전에 건네받은 노조가 태도를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다.

노사가 직군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예정됐던 인사발령도 기약없이 미뤄졌다.

직군전환 신청자들은 노사의 태도가 무책임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노조가 고충처리를 이유로 신청받은 직군전환 희망자들은 모두 250명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약 230명은 생산직 배치를 원하는 판매·정비직 종사자다. 나머지 20명가량은 생산직에서 판매·정비직으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

판매직 직원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직군전환에 신청한 한 판매직 직원은 노조 일반직지회 게시판 등을 통해 “인사발령을 앞두고 그동안 관계를 다져왔던 고객과 모임 등 여러 인간관계를 정리했는데 인사발령이 난다고 했던 당일 회사 측에게 ‘노조와 합의가 안 돼 인사발령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서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가 직군전환 추진 과정에서 희망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이 직원은 지적했다.

판매직에서 생산직으로 전직을 신청한 다른 직원은 “30년 이상 정들었던 영업을 떠나 공장으로 직군전환 신청을 하기까지 숱한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며 “영업현장에서 수시로 겪는 좌절감과 무너지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어렵게 용기를 내 최종 결정을 했는데 잠정 보류라니 화가 나는 수준을 넘어 정말 허탈하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직군전환에 따른 주거지 변경으로 배우자가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었다는 직원, 이사를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내놓았다는 직원 등 많은 직원들이 현재의 직군전환 잠정보류로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그동안 쌓아온 고객명부를 이미 후배 직원에게 모두 넘겨줬다는 직원도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직군전환 모집조건 완화에 따라 기존보다 많은 직원이 한꺼번에 생산직 전환을 희망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시기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기존에도 2년마다 한 차례씩 직군전환을 할 때 통상적으로 비슷한 비율로 인력 전환이 이뤄졌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생산직 전환 희망자들이 너무 많아 노조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대 10의 인력 비율이 12대 8로 가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16대 4로 쏠리면 어느 한쪽은 당연히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라며 “1대 1 전환 원칙을 지키되 희망자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좀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