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호랑이 얼굴'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다.

그릴에 호랑이 코 모양을 담은 데서 몇 걸음 더 나가 차량 전면부를 호랑이 얼굴 모양으로 디자인해 기아차만의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기아차, 차량 전면에 '호랑이 얼굴' 내세워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 강화

▲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기아차가 그동안 추구해온 ‘젊고 스포티한 역동성’의 디자인 전략이 호랑이 얼굴 디자인의 채택으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기아차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및 전동화 전략 세미나가 27일 열렸다.

기아차는 이 세미나에서 새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2007년부터 이어져온 ‘직선의 단순화(Simplicity of Straight Line)’에서 한 단계 진화한 ‘동적인 순수성(Dynamic Purity)’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새 디자인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차량 전면부에 호랑이 얼굴 이미지를 담기로 했다. 

호랑이 코 모양의 그릴에 더해 헤드램프 크기를 줄이고 그릴을 좌우로 늘려 더욱 날렵해진 모양의 디자인을 강조하기로 했다. 헤드램프 등 조명(라이팅)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의 디자인과 차별화 하는 방식이다.

기아차는 이런 변화를 "차량 전면부에 호랑이 얼굴을 적용하는 형태"라고 설명한다.

기아차는 새 디자인 방향성을 통해 ‘더욱  혁신적이고 과감하며 새로움을 지향하는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기쁨(Joyful) △따뜻함(Human) △기대하지 못했던 흥미요소(Unexpected Delight) △기술적 아름다움(Technical Character) △언제나 기억에 남을 디자인(Simple & Iconic) 등 5가지 요소를 강조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는 기아차가 10년 넘게 이어진 디자인 전략에 변화를 주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예고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아차는 아우디에서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일하던 피터 슈라이어 디자이너를 2006년에 영입한 뒤 ‘직선의 단순화’를 콘셉트로 그동안 디자인경영에 힘을 쏟았다.

호랑이 코로 일컬어지는 그릴을 기아차 자동차에 대거 적용하며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후 ‘K시리즈 세단’의 성공을 통해 자동차업계에서도 ‘디자인의 기아’라는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세대, 2세대 K5은 모두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디자인상 ‘레드닷디자인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기아차의 디자인은 ‘젊다’ ‘스포티하다’라는 이미지로 인식돼있다.

디자인 전략의 변화는 앞으로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성과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차량 전면에 '호랑이 얼굴' 내세워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 강화

▲ 기아자동차가 5일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K5를 시작으로 ‘디자인 기아’를 이끌었던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대대적 변화는 기아차에 큰 반환점이 될 것”이라며 “세단과 전기차,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각 세그먼트별 개성적 디자인 변화를 통해 기존의 패밀리룩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그룹은 외부 디자이너 영입을 통해 향후 출시될 신차와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을 새로 정립하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하는 고급 모델이 추구하는 ‘패밀리 룩’ 전략이 아닌 각 차종별 개성과 역할을 통해 화합을 강조한 혁신을 반영한 ‘패밀리 롤’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호랑이 얼굴’을 디자인에 대폭 반영하겠다는 기아차의 전략적 변화는 이미 3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일부 감지됐다.

기아차는 당시 제네바모터쇼에서 미래 전기차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Imagine by KIA)’를 선보였는데 이 차의 외관을 ‘호랑이 마스크’ 형상으로 디자인했다.

기아차 디자인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물로 꼽히는 그레고리 기욤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는 당시 ‘호랑이 마스크’라는 평가를 놓고 “특징적 헤드램프가 앞으로 기아차의 미래 전기차 전반에 걸쳐 통일된 디자인 요소로 적용될 수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